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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건보료 개선 잘했지만 재산 비중 더 낮춰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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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국민의 원성을 자아내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가 드디어 개선된다. 어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건강보험법 개정안은 내년 7월, 2022년 두 단계로 나뉘어 시행된다. 개편 논의를 시작한 지 4년, 현재의 틀을 만든 지 약 30년 만에 옷을 대폭 갈아입게 됐다.

건보는 2000년 직장과 지역을 통합하면서 양쪽의 다른 부과방식을 그대로 방치해 왔다. 만시지탄이긴 하지만 정부와 국회가 나서 개선안을 도출한 점에 박수를 보낸다. 타협과 양보의 좋은 본보기다.

저소득층 572만 세대의 인두세 방식 소득추정제도(평가소득)를 폐지한 점, 재산 과표 공제를 도입한 점, 종합소득 2000만원이 넘는 피부양자 59만 명을 무임승차에서 걸러낸 점, 종합소득이 있는 직장인 26만 세대의 부담을 추가한 점 등은 평가할 만하다.

다만 서민과 은퇴자의 원성이 큰 재산 건보료 비중을 찔끔 낮춘 점은 아쉽다. 재산 과표에서 1200만~5000만원을 공제했는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2억원짜리 집이 있는 은퇴자 부담이 1만원밖에 줄지 않는다. 원칙적으로 재산은 거기서 소득이 발생할 때만 보험료를 매겨야 한다. 소득 파악이 불완전하니 당장 없앨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도 주거권 보장 차원에서 국민주택규모 이하나 일정 금액 이하의 집 한 채는 빼는 게 바람직하다. 재산공제는 시행령 사항이니 추후 논의 과정에서 반영했으면 좋겠다. 자동차 건보료도 없애는 게 맞다. 한국만 이런 걸 갖고 있다.

이렇게 하려면 전제가 있다. 63~79%에 불과한 자영업자 소득파악률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만 직장인 부담을 늘리는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피부양자 인정 기준, 직장인 종합소득 건보료 부과 기준(종합소득 2000만원)을 더 낮출지, 2000만원 이하 분리과세 주택임대소득에 2019년 건보료를 부과할지 등을 추가로 검토해야 한다. 사업소득 필요경비 인정제도 개선 등의 과세체계 정비도 따라야 한다. 이런 게 쌓여야 소득 중심 부과라는 최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