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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 소환되니 일주일 스케줄 엉망?

미주중앙

입력

다우니 코트내 배심원 대기실의 모습.

다우니 코트내 배심원 대기실의 모습.


※한 독자의 기고문을 바탕으로 최근 LA카운티 배심원 제도를 재구성했다. 글을 보낸 독자를 1인칭 시점으로 풀었다.

최근 노란 색깔의 배심원 호출 편지를 받았다. 배심원 호출 대기일은 3월13일부터다.

"아…귀찮아." 어쩔 수 없다. 영주권자는 면제 신청이 가능해도 시민권자에게 배심원은 의무다.

배심원 소환 통보를 무시했다가 벌금 폭탄(최대 1500달러)을 맞을 수 있다는 내용의 기사본지 2월11자 A-1면>를 봤기에 곧바로 웹사이트(www.lacourt.org/jury)를 통해 소환 날짜를 체크했다.

소환일은 전날 오후 6시 이후에 웹사이트나 법원에 전화를 걸면 알 수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상시 대기다.

회사 업무는 바쁜데 언제 불려갈지 모르니 마음이 급해진다. 가주 노동법(230조)에 따르면 고용주는 종업원이 배심원에 출두한다는 이유로 차별 또는 해고를 할 수 없다. 일단 업무에 지장이 가지 않게 스케줄을 앞당겨 처리하기 시작했다.

"어라? 내일 안 걸렸네?". 그렇게 매일 저녁마다 체크한 결과 목요일까지 패스. 이제 하루(금요일) 남았다.

목요일 오후 10시. 그냥 넘어가나 했는데 다음날 다우니 법원으로 오전 9시30분까지 나오라는 소환 명령이 떨어졌다. 아침에 법원으로 갔더니 약 100여 명이 작은 방에 몰려있다. 나처럼 배심원 소환 명령을 받은 시민들이다.

4년 전 배심원 소환 명령을 받고도 결국 배심원단에 포함되지 않아 하루종일 책만 읽다가 간 기억이 있다.

"설마 이 많은 사람 중에 내가 걸리겠어?"

편한 마음으로 책 한 권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그때 한 히스패닉계 남성이 법원 직원에게 "다음주부터 파트타임 일을 시작하는데 배심원을 면제해줄 수 있느냐"고 부탁했다.

직원은 "안 된다. 만약 배심원에 불려간다면 판사에게 얘기해보라"며 거절했다. 그러면서 "요즘 법원 인력이 줄어서 재판이 몰리는 경향이 많다. 그렇다 보니 배심원이 부족해서 웬만한 이유로 빠지기는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오전 11시. 수많은 이름이 불린다. 거기엔 내 이름도 있다. "점심 먹고 7번 법정으로 오세요."

배심원은 보통 1차로 30여 명 정도가 소환된다. 그 중 12명을 뽑는다.

오후 3시. 오라고 했지만 또 대기다. 이 때 갑자기 법정 직원이 나와 "오늘 시간이 부족해서 배심원 선정은 연기됩니다. 다음주 월요일에 다시 오세요"라고 했다.

짜증이 밀려온다. "원래 오늘이 마지막 아니냐"고 따졌다.

그랬더니 법정 관계자는 "일단 1차에 이름이 올려졌기 때문에 배심원단에 포함된 것이다. 월요일에 다시 와야 한다"는 말 뿐이다.

다시 월요일(20일) 아침. 내 바람은 12명 안에 포함이 안 되는 것이다. '설마 안 걸리겠지'라며 속으로 기도했다. 하지만, 하늘도 무심하다. 배심원 '9번'에 걸렸다.

배심원석에 앉자 질문지를 토대로 판사가 한 사람씩 다 묻기 시작한다. 해당 소송에 대해 편견 또는 선입견 등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절차다. 이를 토대로 변호인과 검사는 배심원을 추리는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이미 오후 3시40분. 배심원 선정이 마무리되지 않자 다음날 다시 오란다. "참 나… 백수가 아닌 이상 배심원에 불려오면 재판도 하기 전에 일주일 정도 스케줄은 완전히 엉망이 되네."

판사에게 재빨리 손을 들고 부탁조로 얘기했다.

"비즈니스가 너무 바쁘고 내일 병원 진료 예약까지 돼있어서 이번에 배심원 참여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판사가 꼬치꼬치 캐묻는다. 심문당하는 느낌이다. 병원 예약 편지까지 보여줬다.

결국 판사는 "이번 배심원은 면제지만 '리스케줄(reschedule)'을 통해 나중에 다시 배심원에 참여하라"고 했다.

또 배심원 소환 편지가 오면 다시 응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일을 다시 반복해야 한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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