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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스칼렛 요한슨, "여성이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 NO 할 수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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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전설적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1995)가 2017년 할리우드 실사영화로 재탄생했다. 영화 ‘공각기동대:고스트 인 더 쉘’(3월 개봉 예정, 루퍼트 샌더스 감독)에서 ‘시대의 아이콘’ 쿠사나기 소령(영화에서는 ‘소령’이란 뜻의 ‘메이저(Major)’로 불린다) 역을 맡은 이는 스칼렛 요한슨(32). 시나리오 개발부터 영화 개봉까지 캐스팅을 두고 숱한 독설들이 오갔지만, 요한슨은 그런 말들에 흔들리지 않는다. 여자 배우로 지금 할리우드 정상에 선 그는, 더 다양하고 강한 여자 캐릭터들을 스크린에 소환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뉴욕에서 직접 만난 그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진=파라마운트 픽쳐스]

[사진=파라마운트 픽쳐스]


뉴욕=홍수경 영화저널리스트 

1990년대에 만들어진 캐릭터가 2017년에 부활했다. 당신이 연기한 메이저가 지금 현재에도 공감 가는 캐릭터라 생각하나.

“당시 ‘공각기동대’는 시대를 앞서간 작품이었지만, 영화는 그 정도로 미래적이진 않다. 이 영화에서 보여 주는 미래는 현재 우리 삶과 매우 닮아 있어, 극의 내용이 아주 먼 미래 이야기처럼 다가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가 어떤 식으로든 경험하고 있는 인생의 다른 모습이랄까. 주인공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나가는 이야기는 매우 보편적이고 영원한 주제인 만큼 지금 시대에도 유효하다. 특정한 시대나 환경에 관계없이 사람들은 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갖게 마련이니까.”

캐릭터의 정체성을 쫓아가기 위해 촬영 전부터 준비한 것은 무엇인가.

-“음, 대단히 많은 걸 준비해야만 했다. 마블 영화와 여러 액션영화를 촬영하며 기본 무술과 총격술을 익혀 놔서 다행이었다. 기본은 갖추고 있었지만, 그 외에 전술적인 자신감을 가져야만 하는 캐릭터라 더 많은 훈련이 필요했다. 내가 가진 것과는 다른 류의 자신감이었기에 더 긴장됐지만, 뉴욕 경찰 무기 전문가들에게 많은 걸 배우고 쿵후와 무에타이 등 무술을 익히며 자신감을 쌓는 데 주력했다.”=

[사진=파라마운트 픽쳐스]

[사진=파라마운트 픽쳐스]

-수퍼 히어로를 연기하는 것과는 많이 달랐나.

“메이저는 인간적인 요소가 단 하나도 없는 캐릭터다. 이를테면 그는 누군가의 말을 들으며 서 있거나 주머니에 손도 넣는데, 그건 모두 범죄자 검거를 위한 행동일 뿐이다. 불필요한 행동을 하지 않는 캐릭터임을 계속 인지하며 연기하는 게 재미있었다. 동시에 신체적으로는 많은 도전이 필요했다. 몸을 굉장히 기계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단순히 연기하는 것을 넘어 신체적 특징을 통해 그 캐릭터의 본질에 깊이 다가갈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

최신 테크놀로지를 잘 아는 편인가.

“절대 아니다. 내가 테크놀로지에 대해 얼마나 무지하느냐면, 휴대전화를 아이폰에서 블랙베리로 바꾸는 데 5년이나 걸렸다(웃음). SNS도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인지 남들과 다른 시선을 가지고 있다. 나는 테크놀로지를 익히지 않고, 오히려 타인이 테크놀로지에 적응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편이다. 그래서 테크놀로지로 둘러싸인 다른 사람의 인생을 바라볼 수 있는 나만의 시선을 갖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사진=파라마운트 픽쳐스]

[사진=파라마운트 픽쳐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블 수퍼 히어로 영화나 ‘루시’(2014, 뤽 베송 감독) 같은 SF영화에 출연했다. 이건 스스로 선택한 건가.

“나는 비전이나 꿈을 좇으며 과도하게 야망이 넘치는 캐릭터가 정말 좋다(웃음). ‘루시’는 뤽 베송 감독이 10년 동안 준비한 프로젝트였고, 나는 그가 그토록 오랜 시간 열정을 바친 영화가 어떤 것인지 궁금해 출연했다. 더군다나 한 여성이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라서 ‘노(No)’라고 답하기 어려웠다. 그러니 내가 특별히 SF 장르에 끌리는 건 아니다. 다른 장르에 비해 더 넓은 영역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크기에 SF 장르를 선택하게 된 것 같다.”

‘공각기동대:고스트 인 더 쉘’에도 비슷한 이유로 출연한 건가.

“여자 배우로서 이런 역할을 연기할 기회는 흔치 않다. 로맨스 라인이 없고, 회사에서 상처받아 괴로워하지도 않으며, 가족 드라마의 일부도 아닌 역할 말이다. 다른 이야기지만, 나는 정말 가족 이야기를 좋아하고 그에 대한 관심도 많다. 그렇다고 가족을 다룬 영화 출연 제의가 막 들어올 것 같진 않고(웃음). 내 생각에 메이저는 어떤 나이 대에 이른 여자에 관한 캐릭터다. 그는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경험들을 자신의 일부로 인정하면서 성장한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공각기동대:고스트 인 더 쉘’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배우로서 만들어 갈 영역이 많은 캐릭터라 굉장히 설렜다. 캐릭터가 인간이고 아니고를 떠나 실존적인 질문을 다루는 동시에, 모든 이를 제압하는 힘을 가진, 감히 범접할 수 없을 만큼 강하고 상징적 인물이기에 빠져들었다.”

원작의 팬층이 두터운 편이라 이 영화를 둘러싸고 많은 말이 오갔다. 그런 외부의 반응이 부담스럽지 않나.

“촬영 현장에서 연기하는 것만으로도 부담스러웠는데, 그 밖에 모든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면 제대로 집중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어떤 배우든 그 역할에 대해 믿고 있는 모든 것을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하지 않나. 매일매일 현장에서 연기하며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하니, 나 자신을 믿을 수밖에 없다. 20년 넘는 시간 동안, 나는 주변 반응을 이겨 내며 내가 진짜라고 믿는 걸 실천하려 노력했다. 관객은 영화가 좋다, 싫다 반응하겠지만 그때는 이미 그 영화가 내 손을 떠난 상태다. 나는 이미 일을 끝냈으니까, 이제는 그 영화가 좋은 대접을 받길 바랄 뿐이다.”

당신의 다른 직업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보자. 당신이 최근 문을 연 프랑스 파리의 팝콘 가게에서 메뉴를 추천해 준다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체다 치즈와 메이플 시럽이 들어간 ‘시카고 맥스’ 팝콘이다. 프랑스 사람들에겐 짜면서 달달한 맛의 조합이 굉장히 미국적으로 느껴지겠지만, 자신의 취향에서 한걸음 빠져나와 새로운 맛을 경험해 보면 좋겠다! 여러 가지 맛을 조합해 자신만의 팝콘을 만들어 볼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팝콘을 소개하는 일이 아주 즐겁다. 그것이야 말로 정말 ‘이게 내 모습이야’ 싶은 일이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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