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음식점 소화전 주변엔 상자 수북, 아파트 비상유도등은 불 안 켜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지난달 초 서울 서초동 주상복합 건물 지하 1층의 한 음식점. 음식점엔 주 출입구 외에 지상 1층으로 이어지는 비상문이 있었다. 하지만 비상문 앞은 대형 난로로 가로막혀 있었다. 난로 옆 소화전 주변에는 종이 상자가 1m 이상 높이로 쌓여 있었다. 화재 시 소화전을 사용하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이 음식점은 ‘비상구 장애물 적치’를 이유로 과태료 50만원이 부과됐다. 서초소방서 유나 소방교는 27일 “이 식당뿐 아니라 유흥가 건물들은 화재 시 피난 통로인 계단·복도에 식재료를 쌓아두기 일쑤”라며 “업주들은 사람 하나 지나갈 수 있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따지지만 비상시에는 탈출 시간을 늦추고 부상을 입히는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소방재난본부 1998곳 점검 #345곳에서 지적사항 총 443건

대구소방안전본부는 지난 22일 긴급차량이 재난 현장에 신속하게 출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소방차량 길 터주기 훈련’을 실시했다. [프리랜서 공정식]

대구소방안전본부는 지난 22일 긴급차량이 재난현장에 신속하게 출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소방차량 길 터주기 훈련’을 실시했다. [프리랜서 공정식]

서울소방재난본부가 지난해 말부터 석 달간 시내 대형 건물과 노후 아파트 같은 다중이용시설 1998곳을 긴급 점검한 결과 이 중 17.2%(345곳)에서 총 443건에 이르는 지적(불량) 사항이 나왔다. 전년 6%였던 지적률(813곳 중 49곳)이 이번엔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도심 속 ‘세월호’가 곳곳에 방치돼 있다”고 말했다.

화재 예방 관리가 가장 안 된 곳은 지은 지 20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조사 대상 978곳)였다. 점검 결과 21.2%(207곳)에서 지적이 나왔다. 주상복합이나 멀티플렉스 같은 대형 건물의 지적률은 14.7%(125곳)다.

지적 내용 중에는 ‘유도등 이상’이 전체의 38.6%(171건)로 가장 많았다. 유도등은 화재로 연기가 자욱할 때 피난 방향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사람이 탈출하는 모양의 초록색 표시도 유도등의 일종이다. 윤범준 서울소방재난본부 예방과 담당은 “점검을 해보니 전구를 제때 교체하지 않아 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건물주나 업주들이 평소 관심만 가지면 쉽게 해결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동 화재 탐지 설비 이상’(16.5%·73건), ‘옥내 소화전 이상’(14.2%·63건)이 주요 지적 사항으로 꼽혔다. 모두 큰 투자 없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될 사소한 부분들이지만 정작 사고 시에는 대규모 재해의 원인이 되는 것들이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