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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 'BK21(두뇌한국)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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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3일 아침 서강대 화학공학과 이재욱 교수는 이 대학 손병두 총장의 전화를 받았다.

"학교가 지원할 게 있으면 다 말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 교수는 올해부터 2012년까지 총 2조300억원을 쏟아부어 고급인력을 양성하는 '두뇌한국 21' 사업에 낼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손 총장은 즉석에서 "BK 지원금을 받으면 학교가 (해당사업에) 지원하는 금액을 대폭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한양대는 7일 교무회의를 열어 공대 대학원 신소재공학과와 세라믹학과, 토목환경공학과와 토목공학과를 통합했다. BK 사업에 참여하는 두 학과 교수를 하나로 합한 것이다. 이 대학 이영무 산학협력단장은 "BK 사업 위주로 구조개혁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14일 BK 21 2단계 사업 신청 마감을 앞두고 대학들이 지원금을 따내기 위해 구조조정은 물론 자체지원 등 필사적인 노력을 벌이고 있다.

◆ 대표주자 내세운다=지난달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21명 중 16명만이 기초분야 물리연구단을 구성했다. 연구단 참여 기준은 연구실적이었다. 과학논문인용색인( SCI) 수록 논문 수가 10편이 넘는 교수들로 대표주자를 선정해 BK 21 사업을 신청해 선정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 학과 김윤배 교수는 "연구단에 빠진 교수들도 이런 결정에 대해 불만이 없었다"고 말했다.

고려.인하대 등도 한 개 사업단에 한 학과 전체 교수의 70%만 참여시키는 조건으로 참여자격을 제한했다. 연구실적이 높은 교수만 골라 내보내겠다는 취지다. 고려대의 한 교수는 "1단계 BK 때만 해도 한 학과의 모든 교수가 참여했지만 이번엔 연구업적을 위주로 사업단을 구성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 통합.제휴한다=사업 신청 단계부터 학과 통합이나 기업체 제휴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한국외국어대는 기존 물리.화학.환경.생명공학과를 '융합과학과'로 통합한 뒤 교수 14명으로 사업단을 구성해 기초과학 분야에 도전키로 했다. 개별 학과 교수들은 또 코오롱과 환경분야 두 개 업체와 접촉해 지원금 8000만원을 약속받았다. 물리학과 이보화 교수는 "큰 대학과 경쟁하기 위해 합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남대는 삼성광주전자.제일모직 등 지역기업 상대로 설득 작업을 벌여 사업단마다 1억원 이상의 지원금을 끌어오기로 했다. 기업과 산학협동을 이뤄 사업단을 신청해야 평가점수를 잘 받기 때문이다.

아주대는 외국 대학 교수들과 제휴했다. 이 대학 분자과학기술사업단이 이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가 있는 미국의 조지아 공대, 일본의 도쿄대학 교수들을 해외자문교수단으로 위촉해 사업에 간접적으로 참여시키기로 했다.

◆ 나눠먹기 재연되나=1999년부터 2004년까지 있었던 1단계 BK 21 사업의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막대한 돈을 대학에 나눠준 뒤 제대로 사후평가와 관리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2단계에서도 지방 균형발전 차원에서 지방대학의 대학원 육성을 위해 정부가 배정한 연간 지원금 750억원은 대학 간 경쟁원리에서 벗어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강홍준.이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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