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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대출 480조원, 금리 오르면 소매ㆍ음식업에서 터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자영업자 대출이 48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영업자 가구는 평균 1억1300만원 빚을 지고 있었다. 근로자 가구보다 1.5배 많다.
한국은행 금융안정국은 23일 이런 내용의 ‘자영업자 대출 건전성’ 보고서를 금융통화위원회에 제출했다. 한은은 100만 명 대출자 표본자료를 바탕으로 하는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를 토대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치 자영업자 대출 규모를 처음 추산했다.

연체율, 부채 비율 높은 생계형 자영업 69만6000가구

지난해 말 기준 금융권에서 자영업자에 내준 대출액은 480조2000억원이다. 2015년 말 422조5000억원에 비해 13.7% 늘었다. 은행ㆍ비은행, 사업자ㆍ개인 대출 모두를 합산한 수치다. 여기엔 자영업자가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액수도 포함돼 있다.

자영업자 대출은 2012년 318조8000억원, 2013년 346조1000억원, 2014년 372조3000억원으로 빠르게 늘다가 2015년 40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자영업자 대출이 늘어나는 속도(13.7%)는 주택담보대출 증가 속도(12.4%)보다 빨랐다. 자영업자 가구 평균 대출 잔액은 1억1300만원으로 근로자(상용 기준) 가구 7700만원의 1.5배였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부동산 임대업(39.3%)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도ㆍ소매업(15.7%), 음식ㆍ숙박업(9.8%) 등 순이다. 부동산이라는 탄탄한 담보물도 있고 투자 수익률(연 6.3%, 지난해 4분기 기준)도 양호한 부동산 임대업 대출은 크게 문제가 안 됐다. 한은이 우려하고 있는 부문은 도ㆍ소매업과 음식ㆍ숙박업 대출이다. 부동산 임대업의 연체율은 0.2%에 불과했지만 소매업(0.4%)과 음식점업(0.4%) 연체율은 전체 자영업자 평균(0.3%)을 웃돌았다. 

한은은 금리 상승과 경기 둔화에 취약한 생계형 자영업자 가구를 69만6000가구로 추정했다. 소득도 낮고(하위 40%) 돈을 주고 고용한 직원(유급 고용원)도 없는 생계형 자영업자다. 이들 가구의 평균 부채는 4700만원으로 많지 않았지만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LTI)가 220.9%에 달하고 연체를 경험한 비율(9.8%)도 높았다.
허진호 한은 부총재보는 “자영업자는 대출금리가 계속 오를 경우 상환능력이 취약해지는 계층”이라며 “특히 소매업과 음식점업은 생계 목적의 창업으로, 규모가 영세하고 창업과 폐업이 빈번해 안정적으로 빚을 갚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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