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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로 뜬 사익스, 인삼공사 우승 이끈 힘

중앙일보

입력

키퍼 사익스  [중앙포토]

키퍼 사익스 [중앙포토]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로.


안양 KGC인삼공사 외국인 가드 키퍼 사익스(24·1m78cm)가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퇴출 위기를 두 차례나 겪었던 그는 지금은 KGC인삼공사에서 없어선 안 될 선수가 됐다. 창단 후 처음 KGC인삼공사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사익스는 이제 챔피언결정전을 정조준하고 있다.

KGC인삼공사는 22일 2위 고양 오리온(35승18패)이 최하위 전주 KCC에 83-100으로 패하면서 정규리그 우승(37승15패)을 확정했다. 이정현, 오세근, 양희종 등 국내 대표급 선수들이 많아 '호화 군단'으로 불리는 KGC인삼공사지만 농구팬들은 '사익스가 우승을 이끌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승기 KGC인삼공사 감독은 "사익스가 힘든 상황들을 이겨내고 휘저었다. 지금의 사익스는 1대1 상황이면 누가 막으려 해도 이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사익스는 올 시즌 프로농구에서 뛴 외국인 선수 중에서 가장 키가 작다. 그러나 러닝 점프로만 1m10cm을 기록할 만큼 고무공같은 탄력의 높은 점프력을 통해 자신만의 강점을 드러냈다. 그는 1m80cm도 안 되는 키로 올 시즌 32개의 덩크슛을 꽂아넣어 이 부문 전체 7위에 올랐다. 그의 화려한 덩크슛은 올 시즌 농구팬들에게 색다른 볼거리였다. 여기에다 시즌 막판엔 슛 감각이 터졌다. KGC인삼공사가 마지막 6라운드에서 7연승을 달리는데 사익스는 평균 22.6점을 넣었다. 주득점원인 데이비드 사이먼(21점)보다 더 적게 뛰면서도 더 많은 득점을 올렸다.

두 차례나 퇴출 위기를 겪으면서 이룬 결과였다. 사익스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에 퇴출 통보를 받았다. 프로농구 외국인 선수 규정으로 데려온 단신(1m93cm 이하) 선수 중에서도 키가 작다보니 1m80cm 중후반대 선수들이 있는 상위권 팀들과의 경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여기에 3라운드 도중엔 발뒤꿈치 염증 때문에 출전 시간이 줄어들었을 땐 국내 선수들에게도 기량에서 밀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익스는 빠른 스피드와 파괴력 높은 점프로 위기를 넘겼다. 자신을 대체하기로 했던 외국인 선수가 관중석에서 박수를 치게 만들 정도였다. 사익스는 "한국에서의 선수 생활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사익스는 지난 시즌 1m80cm의 키에 챔프전에서 평균 23점·7어시스트로 고양 오리온의 정상을 이끈 조 잭슨(25)을 떠올리게 한다. "잭슨이 한국에서 반향을 일으켰던 걸 잘 안다"던 사익스는 4강 플레이오프와 챔프전에서 더 화려한 경기력을 예고했다. 사익스는 "팬들에게 우리 팀이 우승할 수 있는 팀이라는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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