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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소래포구 화재도 인재?...3년 전 화재 취약 지적에도 개선 안 돼

중앙일보

입력

지난 18일 발생한 인천 소래포구 재래 어시장의 화재 사고가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3년 전 중소기업청이 실시한 안전점검에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개선되지 않아 대형 사고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중기청 2014년 4월 소래포구 어시장 대대적인 안전점검 #당시 비닐 천막과 얽혀있는 전선 등 합선·누전 문제 지적 #관할 지자체에 통보했는데도 3년동안 개선 안돼 #인천시 지원대책도 복구에 급급, 다시 불법 가건물 양성 논란 #시민단체 등 "안전대책 마련 후 복구해야"

20일 자유한국당 정유섭(인천 부평갑) 의원에 따르면 중소기업청은 2014년 4월 21~24일 한국소방안전협회에 의뢰해 어시장 내 소방·전기·가스 시설 등을 대대적으로 점검했다.

3년 전 중소기업청이 실시한 안전진단 당시 인천 소래포구 모습. 소화전은 좌판에 가로 막혔고 천장엔 스티로폼 등 가연성 물질이 가득하다.[사진 자유한국당 정유섭 국회의원실]

3년 전 중소기업청이 실시한 안전진단 당시 인천 소래포구 모습. 소화전은 좌판에 가로 막혔고 천장엔 스티로폼 등 가연성 물질이 가득하다.[사진 자유한국당 정유섭 국회의원실]

당시 소방안전협회는 소래포구 어시장의 지붕이 비닐 천막 구조로 돼 있고 천장에 스티로폼 등 포장재가 방치돼 있어 화재 발생 시 피해가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점포에 설치된 전선도 직사광선에 그대로 노출된 채 얽혀있어 합선이나 누전이 예상됐다. 벽에 줄로 대충 묶어둔 콘센트와 방치된 가스통도 제대로 고정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가스누설경보기나 소화기가 없는 점포도 많았다. 소화용수 설비 인근에도 좌판 등이 설치돼 소방작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문제점도 나왔다.

중소기업청은 당시 이 점검 결과를 소래포구 관할 지자체인 인천 남동구에 통보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3년 전 중소기업청이 실시한 안전진단 당시 인천 소래포구 모습. 천장에 어지럽게 얽혀있는 전기 배선과 고정되지 않은 콘센트. [사진 자유한국당 정유섭 국회의원실]

3년 전 중소기업청이 실시한 안전진단 당시 인천 소래포구 모습. 천장에 어지럽게 얽혀있는 전기 배선과 고정되지 않은 콘센트. [사진 자유한국당 정유섭 국회의원실]

정 의원은 "중소기업청의 지적이 개선됐다면 이번 소래포구 화재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인천시는 전통시장 현대화를 위해 2014년부터 74개 전통시장에 213억을 투입했지만 대부분 점포가 많은 등록시장 위주인 데다 화재예방 시설보다는 주차장이나 가림막 설치에 집중된 탓에 무허가 가건물로 이뤄진 소래포구 어시장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주장했다.

인천시의 소래포구 지원 대책을 놓고도 뒷말이 많다. 어시장 양성화와 화재예방시설 확충 등 근본적인 대책을 찾기보다는 복구에만 급급해서다.

인천시는 이날 소래포구 어시장 지원방안을 내놓고 "1개월 이내 영업 재개를 목표로 시설 복구를 위한 특별조정교부금 및 예비비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국민안전처가 지원하기로 한 특별교부세 10억원은 소래포구 화재 잔해물과 폐기물 처리 등에 사용된다. 소래포구는 이날부터 불에 탄 철제 구조물 등을 철거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피해 상인에게는 긴급경영안정자금 등을 통해 생계비를 지원하고 지방세 신고·납부 기한을 최대 1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빠른 복구보단 화재 등 사고를 예방할 대책 마련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불이 난 소래포구 재래 어시장은 국유지로 개발제한구역에 위치하고 있다. 같은 소래포구에 있는 현대화된 종합어시장과 일반 횟집 등과 다른 무허가 시장인 셈이다.

재래 어시장 상인들은 현재 한국자산관리공사와 대부계약을 맺고 좌판당 연간 100만원가량의 임대료를 내고 영업하고 있다.

그러나 정식 건물이 아닌 가건물에 비닐 천막을 씌운 형태라 화재보험 가입은 물론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도 설치할 수 없다.

이로 인해 2010년 1월과 2013년 2월에도 불이 나 각각 점포 25곳과 36곳이 피해를 봤다. 당시에도 화재 예방 대책을 위해 시장을 양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상인들의 생계를 이유로 복구에 급급하면서 가건물만 난립했다.

신규철 인천평화복지연대 정책위원장은 "상인들의 생계를 위한 복구 만큼 안전 문제도 중요하다"며 "체계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길 인천시 재난안전본부장은 "상인들의 요구가 빠른 생업 복귀라 먼저 복구에 우선점을 두고 있다"며 "재래 어시장에 소방도로를 추가 신설하고 소래포구 국가 어항 지정 추진을 서둘러 어시장을 현대화하고 무등록 좌판점포 문제도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남동구도 이날 소래포구를 방문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국가어항 조속 지정과 재난의연금 지원 등을 요구했다.

한편 지난 18일 새벽 인천 소래포구 재래 어시장에서 불이 나 전체 가~라동 4개 구역 좌판 점포(332개 점포) 중 가·나동 220여 개 점포가 탔다. 횟집 등 인근 상가(41개) 절반(20개)도 피해를 보는 소방서 추산 6억5000만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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