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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가공식품 영양성분 확인 음식은 꼭꼭 씹어 먹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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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식생활은 ‘풍요 속의 빈곤’으로 표현된다. 먹을 것은 풍족하지만 실상 영양가가 풍부한 음식은 많지 않다. 잦은 외식, 간편한 가공식품을 가까이할수록 이른바 ‘배부른 영양실조’의 위험은 커진다. 균형 잡힌 영양 섭취는 건강의 주춧돌이다. 하나만 부족해도 몸 전체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 식생활 습관을 교정해야 하는 이유다. 바쁜 현대인에게 도움이 되는 생활 속 영양 관리 방법을 알아봤다.

편의점 도시락·과자 같은 가공식품을 구입할 때는 열량·나트륨 등이 적힌 영양성분표를 확인해 영양소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프리랜서 송경빈

편의점 도시락·과자 같은 가공식품을 구입할 때는 열량·나트륨 등이 적힌 영양성분표를 확인해 영양소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프리랜서 송경빈

꼭꼭 씹고 반찬은 채소 먼저

자극적인 맛은 뇌를 중독시킨다. 달고 맵고 짠맛에 길들면 뇌는 갈수록 더욱 강한 맛을 찾는다. 편식·과식·폭식의 악순환을 반복하게 되는 전형적인 과정이다. 스트레스를 특정 음식으로 풀거나 같은 음식을 먹어도 예전보다 맛이 덜 느껴져 많이 먹는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훈련이 필요하다. 미각을 교정하는 훈련이다. 틈날 때마다 물을 마시고, 식사 때 양념이 적은 샐러드나 나물을 먼저 먹으면 미뢰(미각세포가 몰려 있는 곳)의 민감도가 점차 높아져 무뎌졌던 미각을 되돌릴 수 있다. 음식을 꼭꼭 씹는 것도 중요하다. 침이 충분히 분비되면 맛을 감지하는 능력이 커질 뿐만 아니라 천천히, 더 적게 먹을 수 있다.

음식 뜨거울 때 간하지 마라

한국인의 나트륨 섭취량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량(하루 평균 2000㎎)의 2배(3871㎎)에 가깝다. 특히 국·탕 같은 국물 요리를 선호하는 30~50대 남성 직장인의 섭취량이 많다. 국물이 뜨거울수록 미각세포의 기능이 떨어져 짠맛에 둔해지기 때문이다. 간을 맞추기 위해 소금을 많이 넣게 된다. 과한 나트륨 섭취는 각종 질병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칼슘 등 주요 영양소를 소변으로 배출하는 주범이다. 따라서 개별 그릇으로 나오는 국물 요리의 경우, 국물 일부를 덜어내 식히면서 조금씩 간을 맞춰 가는 게 바람직하다. 소금·젓갈 대신 고춧가루로 만든 다진 양념으로 부족한 맛을 채우는 것도 방법이다.

영양결핍 시 ‘경고 신호’ 알아야

무기질이 부족하면 몸은 이상반응을 보인다. 입속 점막에 염증이 생기는 구내염은 아연이 부족할 때 흔히 발생한다. 갑상샘·간·신장 검사에도 별다른 이상이 없는데 하루 종일 피곤하다면 철분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눈 밑 떨림은 마그네슘 결핍 신호다. 이때는 무기질이 많은 채소·과일·견과류를 식사에 포함하거나 후식 혹은 간식으로 챙겨 먹으면 좋다.

영양보충제도 시간 맞춰 복용

영양소는 음식으로 섭취하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식단을 구성하기 어렵거나 임산부, 수술을 받은 환자처럼 추가 영양소가 필요한 경우라면 의사의 조언을 받아 보충제(건강기능식품)를 이용해 볼 수 있다. 이때 적절한 복용시간을 맞추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예컨대 철분제는 위산이 있을 때 흡수가 잘되기 때문에 공복에 먹는 게 더 낫다. 기름에 녹는 지용성 비타민(비타민 A·D·E·K)이나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칼슘은 식사 후 복용을 추천한다. 마그네슘은 근육 이완 효과가 있어 업무가 끝난 뒤 휴식을 취할 때 먹는 게 좋다.

‘음식 사전’ 영양성분표 챙겨라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도시락·과자 등 가공식품에는 영양성분표가 있다. 칼로리와 탄수화물(당류)·단백질·지방(포화·트랜스지방)·콜레스테롤·나트륨 함량과 하루 영양 기준치에 대한 비율(%)이 적힌 ‘영양 사전’이다. 끼니마다 부족하거나 넘치는 영양소를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면 스스로 경각심을 갖게 될 뿐만 아니라 다음 끼니에 보완하기도 쉽다. 특히 고혈압(나트륨)·당뇨병(탄수화물·당류·열량)·고지혈증(지방·콜레스테롤) 환자는 각 함량을 반드시 확인해 기준치를 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과자는 1회 제공량으로 영양 성분을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한 봉지가 아닌 한 번 먹을 양에 해당하는 영양소를 의미한다. 만일 ‘100㎉, 총 5회 제공량’이라면 한 봉지의 실제 열량은 500㎉다.

음식은 종류별로 20~30% 줄여야

몸무게는 그대로인데 속은 골골대는 것도 ‘배부른 영양실조’의 한 형태다. 영양소 섭취 못지않게 빼는 것도 전략이 필요하다. 한 가지 음식만 먹거나 무조건 먹는 양을 줄이는 것은 요요현상을 부를 뿐만 아니라 다른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 처음부터 과도하게 음식을 제한하기보다 조금씩 줄여 나가 최종적으로 기존의 20~30% 수준으로 맞추는 게 알맞다. 이때는 먹는 총량이 아니라 반찬·국·밥을 나눠 각각의 양을 줄여야 영양 불균형을 최소화할 수 있다.

직장 동료와 함께하는 ‘도시락 데이’

직접 요리해 먹는 가정식(집밥)은 영양 불균형을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안이다. 관건은 요리에 대한 동기 부여다. 간편하면서도 고기·채소를 충분히 사용해 영양 균형이 잡힌 국(차돌박이된장국, 쇠고기무국 등)과 볶음밥은 요리 초보자도 도전할 만하다. 직장 동료와 주 1~2회 ‘도시락 데이’를 정해 운영하는 방법도 있다. 식사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건강을 챙기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배부른 영양실조’ 극복법

도움말: 경희대병원 김선영 교수, 순천향대서울병원 조현 교수, 아주대병원 주남석 교수(이상 가정의학과), 고대구로병원 김원경 임상영양사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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