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문닫은 은행 차명예금 96억 지급 거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예금보험공사가 남의 이름을 빌려 만든 차명(借名)예금의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매달 이자나 원리금이 다른 사람의 통장으로 송금되도록 금융회사와 별도로 약정을 맺거나, 통장 명의인이 예금을 찾을 수 없도록 실제 소유자가 비밀번호와 인감도장.사인 등에 비밀장치를 해놓은 경우는 차명통장이라는 것이다.

예보는 그동안 차명이냐 실명이냐를 놓고 논란을 벌여온 김천상호저축은행의 일부 예금에 대해 이 같은 기준을 적용해 차명예금으로 판단, 예금 지급을 거절하기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예보는 지난 3월 20일 영업정지된 김천저축은행의 예금자 중 8천5백91명의 예금 3백18억원을 28일부터 법정 지급 시한인 9월 19일까지 지급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중 4백44개 계좌 96억원의 예금은 자체 조사 결과 차명예금으로 판단돼 9월19일까지 예금주가 실명이라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예금 지급을 거절하고 실명 전환 후 찾아가도록 할 방침이다.

예보는 당초 6백11개 계좌 1백36억원의 예금에 대해 차명 여부를 조사했으나 4백44개 계좌를 제외한 나머지는 실명 계좌로 판정해 예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예금의 실제 소유자가 차명예금임을 인정하고 실명으로 전환할 경우 이자 99%를 추징당하고 예금 원금의 50%를 과징금으로 내야 한다. 또 본인 예금과 타인 명의 예금을 합해 5천만원(예금보호 한도)을 넘는 부분은 보호를 받지 못한다.

이 같은 예보의 판정에 따라 높은 이자를 노리고 부인.남편.자녀.친인척 등 타인 명의로 개설한 편법 차명 예금자는 과징금을 물게 되는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예보 관계자는 "차명예금 결정에 불복할 경우 통장 명의자는 9월 19일 이후 채권 소멸 시효인 5년 안에 예금 청구소송을 통해 찾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세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