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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코리아] 서독 ‘신동방정책’처럼 지속가능한 통일법 준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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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작금의 남북관계는 냉전의 절정 시기로 돌아간 듯하다. 핵심 원인은 북한에 있다. 그러나 북한이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되었다는 점에서 우리의 대북정책은 실패했다. 지난 25년의 대북정책은 단절적 정책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그 결과는 정부 5년의 임기 동안 남북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기도, 북한의 ‘의미 있는 변화’를 견인하기도 어렵다는 교훈이다.

임기 5년으로 북한 변화 못 시켜 #개헌 땐 대북 장기 전략 담아야

역대 정부는 자신의 정책 구상에 따라 북한을 보려고 했지 그 체제의 지속성과 변화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데 미흡했다. 우리 사회의 정책 논의는 차이를 이해하고 협의를 통해 최적의 대안을 창출하는 방식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과 방안을 무조건 비판하고 폄하하는 배제적인 정쟁이었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서독의 장기간 지속된 신동방정책은 동독 내부의 변화를 견인하고 통일의 토대가 되었다. 1969년 9월 집권한 좌파 연립정권 브란트 총리의 신동방정책은 동서독 기본조약을 비롯해 일관성 있게 지속되었고, 82년 8월 콜 총리의 우파 연립정권으로 교체되었으나 이전 정책의 연속성이 유지되었다. 동독이 민주화를 이루고 서독으로의 편입을 선택했을 때, 통일 관련 조항이 있는 서독의 기본법은 훌륭한 제도적 장치를 제공했다.

대북정책은 단기적 차원을 넘어 중장기 차원에서 전략적이며 지속성을 갖고 구상·추진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등 군사적 위협은 억제되어야 하고 점차 소멸시켜야 할 과제이며, 북한 체제의 변화는 평화통일을 향한 과제이다. 체제 수호가 최우선인 북한에서 시장화의 확산, 정보의 침투 등 아래로부터의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북한 지도부는 그 변화가 유발할 파급효과를 단속하는 데 힘을 쏟고 있으나 변화의 방향은 명백하다. 우리의 대북정책은 이러한 점을 전략적으로 담아야 한다. 억제만으로 평화를 달성하는 것은 소극적 방식이며, 자발적 변화를 선택하도록 만들면 적극적 평화가 달성될 수 있다.

남북관계 발전은 국민 합의, 투명, 신뢰의 원칙을 토대로 추진되어야 하며, 남북관계를 정치적·파당적 목적을 위한 방편으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남북관계발전법 2조). 이를 반드시 행동으로 실천하자. 우리 모두 시대적 요청인 ‘협치’의 정신을 수용하면 얼마든지 지속 가능한 대북정책을 만들 수 있다.

한편 헌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새 헌법에 서독 기본법처럼 미래의 통일을 담는 제도적 장치를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영호 강원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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