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즉시 수사” 안희정 “법대로” 한국당 “대선 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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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불복 택한 박근혜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12일 오후 박 전 대통령이 탄 승용차가 서울 삼성동 사저 골목으로 들어서자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로이터=뉴스1]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12일 오후 박 전 대통령이 탄 승용차가 서울 삼성동 사저 골목으로 들어서자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로이터=뉴스1]

박근혜 전 대통령의 거취 문제는 60일도 남지 않은 대선 국면의 주요한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문제가 대선 정국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은 이제 ‘자연인’ 신분이 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이달 안에 끝낸다는 입장이다.

박 전 대통령 수사, 대선 변수 되나 #이재명 “구속해 엄벌” 가장 강경 #안철수, 탄핵 전부터 “신속 수사” #유승민·홍준표는 ‘노코멘트’

박 전 대통령이 소속한 자유한국당 박맹우 사무총장은 “당내에서 박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한 공식적인 논의는 진행된 바 없다”면서도 “박 전 대통령을 구속 수사까지 해야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불구속으로도 검찰이 충분히 수사할 수 있는 사안 아니냐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라고 했다. 당내엔 개별적으로 검찰 수사를 유보했다가 대선 이후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다른 당이나 대선주자들의 입장은 다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2일 기자회견에서 관련 문제에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수사를 미뤄야 하지 않느냐는 말씀도 하시는 것 같은데, 저는 박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가 아니기 때문에 수사를 미룰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최근 TV프로그램에 출연해선 “만약 다음 정권에서 수사하게 되면 보복 수사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다만 문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통합 차원에서 구속 수사가 아닌 불구속 수사를 제안할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구속이냐 불구속이냐의 문제를 대선주자들이 언급해 영향을 미치는 건 적절하지 못하다”고 선을 그었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지난 3일 민주당 대선후보 라디오 토론회에서 “헌법·법률 정신대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하지만 탄핵 결정 이후 검찰 수사 문제에 대해선 가타부타 말하지 않고 있다. 안 지사 대변인인 박수현 전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런 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탄핵됐고 도망갈 수도 없다”며 “이후 과정은 수사의 영역이지 정치의 영역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이후 열린 10일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 “현직 대통령이 아니기 때문에 명백하게 대한민국 법에 따라서 모든 일반 국민과 동일하게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구속될 사유에 해당된다면 당연히 구속해 엄벌해야 한다”고 가장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요약하면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입장은 박 전 대통령의 수사 자체는 피할 수 없다는 쪽이다. 하지만 구속 수사 여부에 대해선 “정치인이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문 전 대표, 안 지사)는 쪽과 “구속해야 한다”(이 시장)는 쪽으로 엇갈리는 상황이다.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 대선주자들은 12일에는 박 전 대통령 거취 문제에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경우 탄핵 선고 이전에는 “탄핵이 인용되면 검찰은 신속하게 수사해야 한다”며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 견지해왔다. 반면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관련한 언급 자체를 꺼렸고, 이날도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입장 표명을 요청하자 “검찰과 사법부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놓았다. 자유한국당 소속 홍준표 경남지사 측은 ‘노코멘트’라고 했다.

서승욱·허진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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