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강영호의 시선
2011년 스튜디오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난 날,
거울을 보기 위해 잠시 뒤돌았던 그의 뒷모습을 첫 컷으로 찍었다.
이때부터 나는 박 전 대통령의 대선 행보와 관련한 다큐멘터리 사진작업을 했다.
내 시선은 주로 그의 뒷모습을 향했다. 그의 시선과 국민의 반응을 알고 싶어서였다.
사진 속 국민은 박 전 대통령을 비추는 거울이었다.
2012년 그는 전국의 시장이라는 시장은 다 누볐다. 길거리에서 손에 상처가 나도록 악수를 하며 국민을 만났다.
믿기 힘들겠지만 박 전 대통령은 웬만하면 주유소 화장실을 이용했다. 결국 국민은 그를 18대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그 후 무슨 사정이 있었을까. 대통령이 국민을 대면하는 횟수는 급격히 줄었다.
급기야 4년 후인 2016년 국민은 그에게 촛불로 신호를 보냈다.
응답이 없었다. 더 이상 국민은 그의 거울이 아닌 듯했다. 그때 박 전 대통령은 어떤 거울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그가 바라봐야 할 국민이라는 거울은 깨졌다. 궁금하다. 이젠 숨겨 둔 손거울조차 없을 그가 어디를 바라볼지.
그때 내가 찍은 건 그의 뒷모습이 아니라 얼굴이었는지 모른다.
강영호는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했다. 사진을 찍을 때 음악을 틀어 놓고 지휘하듯 대상의 숨어 있는 내면을 끌어내는 독특한 연출력을 발휘해 ‘춤추는 사진작가’로 불린다.
사진·글=강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