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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거울은 국민인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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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사진작가 강영호의 시선

2012년 7월 29일 경기도 파주 에서 열린 새누리당 대통령 경선 후보자 정책토크에 참석하기 전 분장을 하고 있는 모습. 이날 박근혜 후보는 ‘꿀밤 한 대 때려주고 싶은 동료 정치인은 이런 사람이다’라는 질문에 ‘말 바꾸는 사람’ ‘남을 음해하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2012년 7월 29일 경기도 파주 에서 열린 새누리당 대통령 경선 후보자 정책토크에 참석하기 전 분장을 하고 있는 모습. 이날 박근혜 후보는 ‘꿀밤 한 대 때려주고 싶은 동료 정치인은 이런 사람이다’라는 질문에 ‘말 바꾸는 사람’ ‘남을 음해하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2011년 스튜디오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난 날,

거울을 보기 위해 잠시 뒤돌았던 그의 뒷모습을 첫 컷으로 찍었다.

이때부터 나는 박 전 대통령의 대선 행보와 관련한 다큐멘터리 사진작업을 했다.

내 시선은 주로 그의 뒷모습을 향했다. 그의 시선과 국민의 반응을 알고 싶어서였다.

사진 속 국민은 박 전 대통령을 비추는 거울이었다.

2012년 그는 전국의 시장이라는 시장은 다 누볐다. 길거리에서 손에 상처가 나도록 악수를 하며 국민을 만났다.

믿기 힘들겠지만 박 전 대통령은 웬만하면 주유소 화장실을 이용했다. 결국 국민은 그를 18대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그 후 무슨 사정이 있었을까. 대통령이 국민을 대면하는 횟수는 급격히 줄었다.

급기야 4년 후인 2016년 국민은 그에게 촛불로 신호를 보냈다.

응답이 없었다. 더 이상 국민은 그의 거울이 아닌 듯했다. 그때 박 전 대통령은 어떤 거울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그가 바라봐야 할 국민이라는 거울은 깨졌다. 궁금하다. 이젠 숨겨 둔 손거울조차 없을 그가 어디를 바라볼지.

그때 내가 찍은 건 그의 뒷모습이 아니라 얼굴이었는지 모른다. 

2011년 9월 5일 홍대 앞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사진. 맨 위 사진이 처음으로 찍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뒷 모습이다. 나머지 사진은 얼굴에 있는 흉터를 부각 하자고 제안하자, 박 전 대통령은 “어차피 제 인생이 상처투성이인데요”하며 승락해 촬영한 것이다.

2011년 9월 5일 홍대 앞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사진. 맨 위 사진이 처음으로 찍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뒷 모습이다. 나머지 사진은 얼굴에 있는 흉터를 부각 하자고 제안하자, 박 전 대통령은 “어차피 제 인생이 상처투성이인데요”하며 승락해 촬영한 것이다.

2012년 7월 11일 대전 정부통합전산센터를 방문한 모습.

2012년 7월 11일 대전 정부통합전산센터를 방문한 모습.

2012년 8월 20일 대통령 후보로 당선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2년 8월 20일 대통령 후보로 당선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2년 4월 8일 강원도 춘천시에서 총선 지원유세를 하는 모습.

2012년 4월 8일 강원도 춘천시에서 총선 지원유세를 하는 모습.

2012년 7월 30일 창원 유세 후 김해공항에서 혼자 식사를 하는 장면.

2012년 7월 30일 창원 유세 후 김해공항에서 혼자 식사를 하는 장면.

강영호는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했다. 사진을 찍을 때 음악을 틀어 놓고 지휘하듯 대상의 숨어 있는 내면을 끌어내는 독특한 연출력을 발휘해 ‘춤추는 사진작가’로 불린다.

사진·글=강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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