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Jobs창업] 5060, 어깨 힘은 빼셨나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3면

유창열(61) 사장은 창업 6년 만에 냉면집을 셋이나 차렸다. 보험사 임원으로 있다가 1997년 말 퇴직한 그는 2년 정도 쉬다가 2000년 서울 종각역 근처에서 종로 함흥냉면집을 열었다.

그는 회사에서 익힌 인사관리 지식을 십분 활용했다. 주방장에게 음식점의 지분을 나눠주고, 종업원에게는 성과급 시스템을 도입했다. 직원들이 신바람을 내며 일을 하니 음식 맛도 좋아지고 고객 서비스도 좋아졌다. 이에 힘입어 여름에는 월수익이 수천만원에 달했고, 비수기인 겨울에도 한달에 500만~600만원씩 벌었다. 유 사장은 "내가 쓸 돈은 내가 번다는 생각으로 80세까지는 계속 일하겠다"고 말했다.

고령화 사회가 진전되면서 창업을 생각하는 노인이 늘고 있다. 취업하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노인을 필요로 하는 직종도 대부분 경비.간병인.택배 등 단순직이나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다. 창업e닷컴 이인호 소장은 "최근 창업교육 참가자나 창업 상담자의 15% 정도가 55세 이상의 노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50대 이후에 창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실패하면 다시 일어서기 어렵기 때문에 실버 창업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버 창업 어떻게 해야 하나=사회 경험과 그동안 구축한 인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그래서 전혀 새로운 업종을 시작하기보다는 가급적 자기의 사회생활 경력과 연관성이 있는 업종을 고르는 것이 좋다. 창업 자금이 다소 들더라도 안정성이 높은 업종을 선택해야 한다. 새로운 지식을 필요로 하거나 유행을 타는 업종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사업을 시작하면 어깨의 힘을 빼고 '초보자'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은퇴 전의 지위를 생각하고 형식과 체면에 얽매이면 돈을 벌 수 없다. '고객이 왕'이라는 생각을 가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항상 유연하고 겸손한 자세로 친절하게 고객을 응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창업 전에 친절교육을 따로 받는 것도 서비스정신을 기르는데 도움이 된다.

실버 창업의 유형=투잡스형과 가족 창업형, 개인 창업형 등이 있다. 점포 임대의 부담이 없고 육체적으로도 힘들지 않은 자판기형 부업이 투잡스형이다.

용돈벌이 사업으론 그만이다. 적절한 입지를 찾아 기계를 설치한 뒤 정기적으로 수익금만 빼내오면 된다. 길거리 전자오락기, 커피 및 음료자판기, 팝콘 자판기 등을 운영할 수 있다. 요즘은 즉석 디지털 인화기도 많이 나왔다.

그러나 사업성과는 거리가 먼 기계도 적지 않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강병오 대표는 "가맹점에 공급되는 자판기 가격이 턱 없이 비싸고 이를 나중에 처분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외식업은 대표적인 가족창업형 사업이다. 노인의 자금력과 청년 노동력이 효과적으로 결합한 사업형태다. 부모가 자본금을 대고 자식들이 운영을 전담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가족 창업을 하면 창업 초기의 불안감을 덜수 있고, 고된 일을 나눠 할 수 있다. 고령자를 겨냥한 판매업도 고려해볼 만하다.

건강 관련 사업은 특히 노년층에게 인기가 많은 분야다. 건강원이나 건강보조식품 판매업, 홍삼제품 판매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사업은 처음에 방문판매를 위주로 영업하며 노하우를 쌓은 뒤 점포를 구해 사업을 확대하면 창업 초기의 위험을 덜 수 있다.

◆실버창업 유망아이템

죽 전문점:부부 창업이 가능하다. 15평 규모로 창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프랜차이즈 체인점의 경우 입지는 사무실이나 주택가 밀집 지역이 좋고, 병.의원 주변에 점포를 열 수 있다. 창업비용 약 8000만원.

전통 음식 전문점:보쌈.콩나물해장국.보리밥 전문점 등은 가족이 함께 운영하면 좋다. 30평 이상 규모로 B급지 이상 상권에 입점할 필요가 있다. 주방장이 필요하며, 홍보 기간이 다소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창업비용 약 1억원.

부동산 임대업:경력을 활용한 부동산 중개업은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이다.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펜션.주말농장 임대업:주5일 근무제의 확산 등으로 전원 생활 수요를 충족하는 사업이 인기다. 전원형 펜션과 주말 농장에 투자하는 창업은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원룸.고시원.독서실 임대업:초기 투자 비용을 많이 들여야 하는 단점이 있으나 힘이 덜 드는 사업이다.

가죽 수선업:낡아진 가죽구두나 가죽제품을 받아 새것으로 만드는 사업이다.예전의 수작업과 달리 자동화 기계로 수선할 수 있다. 기술 교육을 받으면 노인들도 쉽게 창업할 수 있다.

소호사무실 임대업:육체노동이 곤란한 분들에게 알맞다. 교통이 비교적 양호한 지역의 역세권이라면 더욱 좋고, 80~100여 평 사무실을 30개 정도의 방으로 조각 내 신규 창업자들에게 재임대하는 형식이다.

학원사업(서예.한문):서예나 한문 등에 조예가 있는 노인들이 창업하기에 적당한 학원사업이다. 사무실 형태의 공간만 얻고 약간의 집기 정도만 구입하면 된다. 그만큼 창업 비용이 크게 안든다. 입지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나 주택가 밀집지역이 유리하다. 창업비용은 3000만~4000만원.

북카페 사업:만화방 등을 업그레이드한 사업이다. 젊은 층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30평 정도의 공간이면 창업할 수 있다. 만화.무협지.소설류 등을 취급하면서 약간의 음료수도 판매한다. 창업 비용은 점포구입비를 제외하고 4000만원 정도.

자료:창업e닷컴(www.changupe.com)

서경호.이철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