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 세금 체납자들과의 전쟁 중 … 간부 공무원, 책임지고 5명 받아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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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충남 천안시청 김남걸(57) 교통과장은 최근 지방세를 납부하지 않은 시민 5명에게 편지를 보냈다. ‘지방세는 시민의 삶 개선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세금을 내는 일은 신성시되고 있습니다.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납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는 내용을 담았다. 편지에는 세금고지서도 동봉했다. 5명의 시민과 모두 전화통화도 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김 과장이 담당했던 5명 가운데 2명이 체납세금 360만원을 냈다.

시장 아이디어로 2월부터 운영 #5급 이상 공무원들이 납부 독려 #한달간 미납세금 9600만원 걷어 #연말까지 매달 징수 실적 보고도

김 과장은 “시청 간부들이 직접 징수활동에 나서니 효과가 큰 것 같다”며 “아직 납부하지 않은 3명에게는 지속적으로 전화하고 필요하면 방문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시가 체납 세금 징수에 간부급 공무원을 동원하고 나섰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체납세금 납부를 독려하고 고질적인 미납 세금을 거둬들여 시의 재정을 확보하자는 취지다.

천안시는 지난 2월부터 5급(사무관) 간부 94명을 대상으로 ‘1인당 5체납자 책임 징수’ 전담제를 운영 중이라고 7일 밝혔다. 시 본청과 2개 구청의 간부 공무원들은 1인당 5명씩 100만~500만원의 지방세 체납자 470명을 대상으로 징수활동을 하고 있다. 이 계획은 올해 초 구본영(65) 천안시장이 간부회의에서 아이디어를 제안하면서 추진됐다. 간부들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천안시에서 100만~500만원 체납자(4992명)의 전체 체납액은 지난 1월을 기준으로 97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방세 총 체납액 524억원의 19%를 차지하는 규모다. 94명의 천안시 간부 공무원들은 2월 한 달간 체납세금 9600여만 원을 거둬들였다. 전체 징수 목표 9억5600만원의 10%쯤 된다.

천안시는 책임 징수 전담제 효율을 높이기 위해 매달 간부회의에서 징수보고회를 갖고 추진실적을 점검할 방침이다. 12월까지 개인별 징수실적을 사례별로 정리, 징수기법 등을 공유하도록 했다. 징수 우수 간부에게는 포상금 등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이와는 별도로 체납세금 납부를 기피하는 고질 체납자는 가택수색과 형사고발 등 강력한 조치를 하기로 했다. 다만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해 생계형 체납자는 분납을 유도하고 사회복지 서비스와와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1년간 천안시는 지방세 체납액을 징수하기 위해 3만1721건의 부동산과 채권을 압류하고 공매처분을 거쳐 179억을 거둬들였다. 이는 이월 체납액 458억원의 39%에 달한다.

천안시 김순남 세정과장은 “세금 체납은 납세의무를 지키는 대다수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라며 “세무부서에서 추진하는 체납 처분과는 별도로 간부 공무원의 지속적인 관리와 현장 징수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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