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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오케스트라' 시골학교, 폐교 위기 넘다

중앙일보

입력

특성화된 음악 교육을 앞세워 폐교 위기를 넘긴 시골 학교들이 있다.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에 있는 신왕초등학교와 원주시 호저면 만종초등학교 얘기다. 특히 이들 학교는 교내 오케스트라 운영 이후 전교생이 2배 이상 늘었다.

강릉 신왕초, 바이올린 등 교육 왕복 1시간 거리 학생도 입학 #원주 만종초엔 국악오케스트라 가야금·아쟁 배우며 학생 늘어

 지난 2일 강릉시 연곡면 신왕초등학교 입학식. 조영무(58) 교장이 신입생 7명에게 바이올린이 담긴 가방을 하나씩 건네자 입학식장이 술렁였다. 입학식이 끝나고 가방을 열어 바이올린을 본 학생·학부모는 ‘우와’ 하고 탄성을 질렀다. 신입생 안율리(7)양은 “바이올린을 본 건 처음인데 소리가 참 예뻐요”라고 했다.

 이 학교는 입학과 동시에 신입생 전원에게 바이올린을 선물한다. 신왕초는 2012년 전교생이 18명까지 줄어 폐교 위기에 놓였다. 학교 측이 고심 끝에 바이올린과 첼로·콘트라베이스·플루트 등을 배울 수 있는 ‘챔버 오케스트라’를 만들면서 학생이 늘기 시작했다. 올해 총 재학생은 39명이다.

지난 2일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에 있는 신왕초등학교에서 열린 입학식에서 입학 기념으로 바이올린을 선물받은 신입생들이 즐거워하고 있다. 박진호 기자

지난 2일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에 있는 신왕초등학교에서 열린 입학식에서 입학 기념으로 바이올린을 선물받은 신입생들이 즐거워하고 있다. 박진호 기자

 조영무 교장은 “음악 수업에 중점을 두는 걸 알고 먼 지역에서 교육과정을 문의하는 학부모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이 학교 전교생 39명 가운데 연곡면 학생은 9명 뿐이다. 나머지 30명은 대부분 왕복 1시간가량 걸리는 강릉 시내에 거주한다. 강릉시 포남동에 사는 학부모 김나오미(39·여)씨는 “집에서 1분 거리에 초등학교가 있지만 오케스트라가 있다는 게 마음에 들어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 학교 학생들은 1~2학년 때는 바이올린을, 3학년부터 첼로·콘트라베이스·클라리넷·플루트를 선택해 배울 수 있다. 모두 무료다. 지도 강사는 총 6명으로, 대부분 강릉시립교향악단 소속 전문가다. 수업은 주 4회 2시간씩 한다. 오케스트라 운영 예산은 강릉시와 강원도교육청, 동문회 등에서 1년에 4000만원 정도 지원한다.

 학생 수가 계속 줄면서 2013년 전교생 44명에 불과했던 원주시 호저면 만종초등학교도 올해는 학생 수가 94명이다. 이는 2013년에 생긴 ‘국악 오케스트라’ 덕분이다. 강원도내 초등학교 대부분은 학생 수가 매년 크게 감소하고 있다. 강원도교육청에 따르면 2012년 도내 초등학교는 402개, 학생 수는 8만8751명이다. 하지만 지난해 학교수는 387개로 15개가 줄었고, 학생 수는 7만6983명으로 1만1768명이 감소했다. 올해 도내 24개 학교에서는 신입생이 한 명뿐인 ‘나 홀로 입학식’을 했다.

강원 원주시 호저면에 있는 만종초등학교 학생들이 ‘국악오케스트라’ 공연을 하는 모습. [사진 만종초등학교]

강원 원주시 호저면에 있는 만종초등학교 학생들이 ‘국악오케스트라’ 공연을 하는 모습. [사진 만종초등학교]

 만종초 학생들에겐 졸업할 때까지 다양한 전통악기를 다뤄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3학년부터 가야금과 해금·아쟁·대금·피리를 비롯해 타악기인 장구·북·꽹과리를 배울 수 있다. 지난해엔 원주한지문화제와 강원도소년체육대회에 초청돼 공연을 하기도 했다. 이 학교 김동익(50) 교감은 “전통악기를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학교가 없다 보니 학부모들 사이에서 많은 관심을 받는 것 같다”면서 “예술과 관련된 수업을 많이 하다보니 인성이나 생활지도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강릉·원주=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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