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은행들 1000원 굴려 1.3원 버는 헛장사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국내 은행들은 3조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전년(2015년)보다 1조4000억원 줄었다. 조선업 경기 부진 등에 따른 산업은행 등의 대손충당금 비용이 2조2000억원 늘어난 탓이다. 문제는 단순한 순이익 감소가 아니다. 장사의 질이 2000년 이후 최악으로 추락했다. 미국 은행들은 1000원을 굴려 연간 15원 벌었지만 국내 은행들은 1000원당 1.3원을 버는 데 그쳤다. 미국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장사 수완이다.


금융감독원은 6일 2016년 국내 은행의 잠정 영업실적을 발표했다. 일반은행은 지난해 6조5000억원을 벌었지만, 산업은행 등 특수은행이 3조50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한진해운 파산과 대우조선해양 부실에 따른 대손충당금이 2조2000억원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금감원, 지난해 국내은행 영업실적 집계 #순익 3조원으로 전년비 1조4000억원 감소 #조선업 경기 부진으로 대손비용 증가한 탓 #ROA 0.13%, ROE 1.65%…2000년 이후 최악

자료: 금융감독원

자료: 금융감독원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13%로 전년 동기대비 0.08%포인트 하락했다. ROA는 은행이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했는지를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다. ROA가 0.13%라는 건 은행이 자산 1000원을 굴로 연간 1.3원을 벌었다는 의미다. 자기자본이익률(ROE)도 1.65%를 기록, 2015년보다 0.93%포인트 떨어졌다. ROE는 투입한 자기자본이 얼마만큼의 이익을 내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ROA와 ROE 모두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그나마 특수은행을 제외한 일반 은행만 비교하면 사정이 낫긴 하다. 일반은행의 ROA는 0.45%, ROE는 5.88%로 전년 대비 각각 0.08%포인트, 0.99%포인트 상승했다. 그렇지만, 글로벌 은행과 비교해서는 역시 형편없다. 미국(1.5%), 호주(1.2%), 캐나다(1.1%) 등의 ROA가 3배 가량 더 높다.

은행들이 해외와 비교해 장사를 잘 못 하는 건 돈의 대부분을 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에서 발생하는 순이자마진(NIM)으로 벌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은행의 이자이익은 34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9000억원 늘었다. 반면, 수수료 등 비이자 이익은 4조9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조1000억원 줄었다. 전체 이익의 88%가 이자이익에서 나왔다. 비이자 이익은 12%에 그쳤다. 반면, 미국의 웰스파고는 총이익의 48%가 비이자 이익에서 나왔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