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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중국의 사드 보복에 지혜롭고 끈질기게 대처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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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무차별 보복으로 한·중 관계가 악화일로다. 어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어떤 형태이든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다보스 포럼에서 선언한 ‘보호무역 반대’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럼에도 바로 그 시각, 중국 당국은 현지의 롯데마트에 대해 소방규정을 어겼다며 영업정치 처분을 내렸고 여행사를 통해 유커(중국 단체관광객)의 한국 관광도 금지시켰다. 명백한 사드 보복이다. 더 이상 중국에서 법치와 국제적 통상원칙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중국은 이제 한반도와 동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 리스크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 2017년 예산안에서 국방비를 처음으로 100조 위안(약 180조원) 이상 배정했다. 신형 항공모함 건조 등으로 군사력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도 다음 회계연도 국방예산을 전년보다 540억 달러 늘린 6030억 달러(약 684조원)로 책정해 ‘힘에 의한 평화’ 기조를 구체화했다. 세계 경제 규모 1, 2위를 다투는 양국이 ‘강 대 강’으로 치닫는 것은 전 세계의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중국의 사드 압박이 걱정스러운 대목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1인 체제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리 총리는 이번 정치공작 보고에서 시 주석에 대해 ‘핵심’이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사용했다. 또한 이미 시 주석은 “사드의 한국 배치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시 주석의 1인 체제가 강화된다는 것은 결국 시 주석의 의향에 따라 사드 보복이 더 노골화될 수도 있으며, 중국 경제가 여전히 국가 통제 아래에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이달 20일을 전후해 북한 문제와 사드 관련 협의 등을 위해 한국·일본·중국을 연쇄 방문하기로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사드는 근본적으로는 주한미군기지의 보호를 위해 배치하는 것인 만큼 이로 인한 갈등을 푸는 데는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틸러슨이 시 주석 등 중국 지도부를 만나 보복 중단을 요구하고 사드와 관련한 이해를 구하도록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 사드 문제의 근본 원인은 북한 핵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주한미군에 전술핵무기 재배치 등 새로운 대북 옵션이 거론됐다는 외신 보도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물론 전술핵 재배치는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정밀타격 재래식 무기들이 이미 전술핵을 대체한 지 오래다. 여기에다 중국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 그럼에도 전술핵 재배치까지 검토하는 것은 북한 핵 위협을 무력화하고 한반도 평화를 지키려면 핵 균형부터 이뤄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처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적 흐름이 급변침하는 분위기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앞으로도 집요하게 진행될 게 분명하다. 이런 때일수록 지혜롭고 끈질기게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 무엇보다 사드 배치를 차질 없이 진행해야 중국에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참고할 만한 사례는 일본이다. 센카쿠 열도 분쟁 당시 중국은 관광금지, 희토류 수출금지, 불매운동까지 동원해 압박했으나 일본이 오히려 수입선 다변화 정책을 펼치며 굳건히 버티자 중국 스스로 꼬리를 내렸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