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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갈라진 주말 … 오늘만이라도 차분해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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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둘로 나뉜 서울 광화문과 시청 광장에선 오늘도 대통령 탄핵 찬반을 놓고 총력전이 펼쳐진다. 헌재의 탄핵 여부 결정이 임박했다는 전망에 따라 탄핵 찬반 단체들은 이미 최대 규모 세 대결을 예고했다. 헌재 심판정 내부도 그렇겠지만 헌재 밖의 긴장과 대립은 최고 수준으로 격렬해져 임계점이 목전이다. 흥분한 수십만 명이 시간대를 조금 달리하며 대치하다 보면 작은 불씨 하나가 큰불을 만들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주말이다. 촛불과 태극기 진영이 인근에서 맞선 채 ‘혁명’과 ‘아스팔트 피’ 등의 섬뜩한 말을 쏟아낸 게 엊그제 3·1절이었다.

헌재가 국회의 탄핵소추를 인용할지, 기각할지, 아니면 각하할지 지금으로선 아무도 알 수 없다. 중요한 건 헌재 결정이 문제의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 되는 건 어쨌든 막아야 한다는 점이다. 탄핵 찬성과 반대의 열망이 강할수록 더욱 극단적인 대립과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리고 이런 충돌이 ‘내 뜻대로 안 되면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불복 심리를 키워 문제의 또 다른 시작을 만드는 요소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절대로 안 될 일이다.

헌재 결론은 다음주가 아니라도 13일 전에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열흘 남짓이다. 그렇다면 이 기간이 나라의 장래에 어떤 커다란 의미가 있는지 우리 모두 차분하게 되새길 필요가 있다. 촛불을 밝히는 쪽이나 태극기를 드는 쪽이나 나라를 위하는 마음이야 같을 것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열정이 다를 리 없다. 그렇다 해도 이젠 뜨거운 마음을 간직한 채 오늘만이라도 당장 과열 집회를 자제하는 성숙함을 발휘할 때다. 그러곤 헌재 결정을 차갑게 기다리며 받아들여야 한다.

정치권도 승복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고 온 정치권이 국민 분열과 갈등의 또 다른 진앙지가 되는 건 한심하고 무책임한 일이다. 특히 대선주자라면 탄핵심판으로 분열된 나라를 치유와 통합으로 이끌 수 있도록 책임 있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갈라진 대한민국이 넘기엔 나라에 닥친 경제와 안보의 위기 파고가 너무나 높고, 거칠고, 가파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