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세 정태수씨 또 감옥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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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83세의 정태수(사진) 전 한보그룹 회장이 또 교도소 신세를 지게 될 위기에 놓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는 2003년 9월~2005년 4월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강릉 영동대 교비 7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정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횡령액 중 28억원이 아직 변제되지 않았고 사면된 지 10개월도 안돼 범행을 저지르는 등 죄질이 안 좋아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건강 문제 등을 이유로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형이 확정될 경우 정씨는 구속수감된다.

이로써 정씨는 수서 비리(1991년), 대통령 비자금 사건(95년), 한보 비리(97년) 등에 연루돼 모두 다섯 차례나 징역형을 선고받은 셈이다. 선고받은 징역형만 20년이 넘는다. 2002년 한보 비리로 추가기소돼 징역 10월을 선고받았다가 같은 해 12월 연말 특별사면으로 풀려났었다. 이날 법정에 나온 정씨의 모습에선 한때 재계를 주름 잡던 재벌 총수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팡이를 짚은 걸음걸이는 답답할 정도로 느렸고, 재판장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징역형이 선고된 뒤 순간 얼굴엔 낙심한 표정이 가득했다.

97년 한보그룹이 부도난 이후 각종 금융기관은 정씨를 상대로 손해배상.보증채무금.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며 일부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까지 세금 체납액 2493억원으로 2년 연속 '국내 개인 체납세액 1위'라는 불명예까지 안았다. 그러나 정씨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서울 가회동 집에서 월세 2000만원에 살기도 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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