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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지표는 잘못된 결과를 낳는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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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1호 20면

 핵심성과지표(KPI) 수립과 실행

글로벌 기업들은 핵심성과지표(KPI)를 월 또는 프로젝트 단위로 관리·수정한다. 어도비는 ‘체크인 프로세스’를 통해 관리자와 해당 직원이 소통해 성과를 관리하고 신뢰를 쌓는다. [중앙포토]

글로벌 기업들은 핵심성과지표(KPI)를 월 또는 프로젝트 단위로 관리·수정한다. 어도비는 ‘체크인 프로세스’를 통해 관리자와 해당 직원이 소통해 성과를 관리하고 신뢰를 쌓는다. [중앙포토]

우리 기업을 둘러싼 변화의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수립한 전략을 올해 계획대로 실행해 성과를 거둘 방법은 무엇일까? 전략의 실행으로 나오는 결과가 바로 성과다. 그런데 전략과 실행 사이에는 갭이 있다. 이 갭을 줄여 계획한 대로 성과가 나오게 관리해야 한다. 경영의 구루 피터 드러커는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바로 성과 관리의 핵심을 얘기한 것이다. 그런데 측정하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측정할 대상을 우선적으로 정해야 한다. 바로 핵심성과지표(KPI·Key Performance Indicator)다.

신규카드 발급을 목표로 삼으면 #받자마자 폐기하는 카드만 양산 #제록스, 수익 늘리려 수리비 받다 #캐논·HP에 고객 뺏기는 손실만

지난해 10월 국민안전처가 소방관서 성과평가 항목을 잘못 선정했다는 논란이 있었다. 평가 항목으로 ‘부정적인 언론 보도 횟수’ ‘관내 대형 화재 발생 건수’와 같이 소방관의 기본적인 역할과 관련성이 적고, 직접적으로 통제가 어려운 것들이 들어가 있었다. 이렇게 되면 실제 내용을 축소하거나 은폐할 수 있고 더 나은 성과를 만들기 위한 개선의 기회를 놓치게 될 수 있다. 또한 사명감으로 근무하는 구성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 올 수도 있어 제대로 성과를 낼 수가 없게 된다. 그럼 우리 기업에서는 과연 KPI를 제대로 선정하고, 그 실행 상황을 잘 관리하고 있을까? 올해 기대하는 성과를 이루고 싶다면 다음 3가지 항목에 대해 임직원들에게 질문을 던져 점검을 해 보자.

재무적인 수치만으로 목표 정하면 낭패

첫째, 선정한 KPI가 회사 전체적으로 연계(Alignment)가 되고 균형적인가? 기계를 제조하는 기업이 있다고 하자. 생산부문은 2만대 생산이라는 올해 목표를 달성했다. 그런데 판매부문에서는 그들의 목표인 1만대만 팔았다. 각각의 부문은 목표를 달성했지만 회사 전체로는 1만대의 재고를 안게 됐다. 각 부문의 목표가 회사 전체의 목표와 연결되지 않아 생긴 일이다. 극단적인 예지만, 우리 가까이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 일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 부서의 성과가 다른 부서의 성과를 감소시켜 회사 전체적으로는 손해를 보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하부의 부서들에서 선정한 KPI가 회사 전체 차원에서 연결이 되었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전사 차원의 목표 연계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목표 설정시 재무 외 다른 관점들이 균형적으로 고려되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기업에서 통상 목표를 설정할 때 대부분 매출·이익·시장점유율 등 재무적인 것만 선정한다. 오래된 사례긴 하지만 제록스에서 새로운 수익 창출을 목표로 서비스 부서를 신설했다. 이들은 복사기 수리를 요청해 오는 고객에게 유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장 시 사용할 여유분의 새 복사기를 추가로 판매했다. 초기에는 유상 서비스와 추가 판매로 새로운 수익이 생겨 났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고객이 대거 이탈했다. 경쟁업체인 캐논과 휼렛팩커드(HP)가 이 때를 놓치지 않고 고장이 덜 나는 복사기를 출시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재무적 관점에만 초점을 맞추면 진짜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고객 관점을 간과하게 되어 낭패를 보는 일이 생긴다. 따라서, KPI는 재무관점뿐만 아니라 고객 관점, 프로세스 관점, 구성원의 학습과 성장 관점도 균형 있게 선정해야 한다.

정성적인 항목도 최대한 정량화해야

둘째, 실행 정도를 확인할 수 있도록 KPI를 제대로 수치화했는가? KPI를 한번에 찾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활동인 ‘핵심성공요인(CSF·Critical Success Factor)’을 먼저 찾아야 한다. 핵심성공요인은 먼저 고객 관점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 고객은 외부 고객뿐 아니라 내부 고객, 그리고 각 부서의 정보를 가지고 의사결정을 하는 경영진도 포함돼야 한다. 핵심성공요인을 찾으면 다양한 지표 중에 이를 가장 잘 측정할 수 있는 핵심지표를 선정해 수치화해야 한다. 이를 제대로 하려면 다음의 네 단계로 진행해야 한다.

우선, 측정할 수 있는 지표 후보군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잘못된 지표는 잘못된 행동을 만든다. 여러분이 카드회사를 경영한다고 하자. 수익을 늘리기 위해서는 신규고객이 우리 카드를 많이 쓰게 해야 한다. 그래서 영업사원의 KPI로 신규 고객 유치율을 선택했고 영업사원들은 신규고객을 유치했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수익은 늘지 않았다. 영업 사원의 부탁을 받아 마지못해 카드를 발급받은 고객은 카드를 보유만 하고 전혀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수령 후 바로 폐기하는 일들이 허다 했다. 잘못 선정된 성과지표가 잘못된 영업 사원들의 행동을 만든 것이다.

둘째 단계로는 결과 중심의 지표를 선정해야 한다. 경영은 성과다. 따라서 활동 과정이 아니라 활동이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그 결과를 측정해야 한다. 과정을 보여주는 고객 방문 횟수, 교육훈련 프로그램 실시 횟수가 아니라 결과를 보여주는 계약 혹은 재계약 건수나 금액, 교육훈련 프로그램의 추천도가 지표가 돼야 한다.

다음으로 우리 기업의 사업 방향에 적합한 지표를 선정해야 한다. 야구의 도루는 성공횟수와 성공률의 두 가지로 측정할 수 있다. 만약 목표가 공격적으로 하는 것이라면 도루 성공 횟수를 지표로 설정해야 할 것이다. 통상 사업 초기단계에는 공격적일 필요가 있어 많이 활용하게 된다. 반대로 보수적 야구를 목표로 한다면 도루 성공률이 지표가 돼야 할 것이다. 자원이 제한적일 때는 무조건 많은 시도를 하기보다 적중률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정성적인 항목도 최대한 정량화해야 한다. 피겨 스케이팅은 객관적인 점수를 매기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더블 악셀은 3.5점, 트리플 악셀은 8.2점 식으로 기준 점수를 정했다. 한 바퀴 더 도는 것이지만, 그 난이도를 고려해 전문가들의 합의를 통해 정량적으로 점수화한 것이다. 핵심가치의 실행 정도를 확인하는 가치평가도 지극히 정성적이다. 알리바바의 경우 행동 약속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정량화했다. 고객을 존중하고 알리바바의 이미지를 보호하는 기본적인 행동은 1점, 고객의 요구에 앞서 미리 자발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면 5점이다. 구체적이기에 객관적일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정성적인 활동들도 구체적으로 정량화해야 관리가 가능해진다.

연 단위로 책임 묻기보다 수시로 소통해야

셋째, 선정된 KPI의 실행 정도를 월 또는 분기 단위로 점검할 수 있도록 세분화했는가? 드러커의 말처럼 측정할 수 있으니 이제 관리할 차례다. 그런데 언제, 어떻게 관리를 하면 될까? 오늘의 시장 상황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지난해를 한번 돌아보자. 수립한 전략과 핵심과제들이 한 해 동안 조직개편 없이 지속적으로 실행됐는가? 아닐 것이다. 12월 혹은 1월 연례 성과평가 때가 돼서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어느 부서에서 누가 평가해야 할지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더불어 이미 지나간 활동을 기억해내야 하니 또 다른 스트레스다. 그러니 제대로 된 평가가 어려웠을 것이다.

이런 비효율적인 것에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쏟아야 할까? 선도적인 기업들은 지금 연례성과평가 제도를 수정하고 있다. KPI를 기준으로 분기, 월, 때로는 프로젝트의 상황에 맞게 수시 피드백을 한다. 그리고 변경 사항이 있다면 이 KPI도 수정한다. 지나간 일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미래 지향적으로 진척 상황을 점검하고, 지원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비즈니스 상황의 변화나 조직 개편 같은 변화를 바로 반영할 수 있다. 그리고 중요 사안에 관한 소통을 통해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줄 수 있어서 성과 달성에 큰 도움이 된다.

어도비는 ‘체크인 프로세스’를 도입, 연간 8만 시간을 절약하고 있다. 매달, 분기, 혹은 프로젝트를 완료한 후에 이를 진행하는데, 관리자들은 기대 목표, 피드백, 성장과 개발이라는 세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피드백을 준다. 이 과정을 통해 관리자와 해당 직원은 KPI를 최대한 융통성 있게 조정하고, 희망 진로에 대한 필요 역량 등을 얻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회사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알게 되고, 상호 이해를 통해 서로를 신뢰할 수 있게 된다.

성과를 최대화하는 KPI는 우리 기업의 가치관과 목표, 전략에 맞춰 정렬하고, 가장 핵심이 되는 성공요인과 실행 정도를 측정할 지표를 선정한 다음, 수시로 피드백을 통해 수정해야 한다.

이처럼 성과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관리자와 직원들의 소통을 통한 신뢰 관계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성과 관리라는 과제가 1년 단위의 어려운 숙제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코칭과 피드백으로 바뀌는 것은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오늘 바로 가까운 임직원의 KPI를 놓고 질문하고 피드백을 해보는 건 어떨까?

[Check List]수립한 전략을 제대로 실행하기 위한 성과관리 질문

□ 핵심성과지표가 회사 전체적으로 연계 되고 균형적으로 선정됐는가?
□ 각 하부 조직의 지표가 회사 전체의 목표와 연계되어 있는가?
□ 재무, 고객, 프로세스, 학습과 성장의 4가지 관점에서 설정했는가?

□ 실행 정도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핵심성과지표를 제대로 수치화했는가?
□ 지표 후보군을 충분히 검토했는가?
□ 고객 중심과 결과 중심으로 선정했는가?
□ 우리 사업의 방향에 적합하게 지표를 설정했는가?
□ 정성적인 사항도 구체화해 측정할 수 있도록 지표를 만들었는가?

□ 선정된 핵심성과지표의 실행 정도를 월 또는 분기 단위로
□ 점검할 수 있도록 세분화했는가?

배보경

IGM세계경영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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