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맥어보이가 만들어낸 '23 아이덴티티'
‘나니아 연대기: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반인반수 미스터 툼누스|2005|앤드루 애덤슨 감독 C S 루이스의 동명 판타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에서 스코틀랜드 출신 신인 배우였던 맥어보이는, 인간 남성의 상체에 양의 다리를 한 목신(牧神)으로 등장했다. 눈 덮인 숲속에서 장난기 가득한 파란 눈동자를 반짝이는 그의 모습은 정말이지 동화 속 한 장면 같았다.
‘어톤먼트’ 이루지 못한 사랑을 눈빛에 담은 로비|2007|조 라이트 감독 사춘기 소녀의 잔망스러운 거짓말에 온 세상이, 그 사랑마저 산산이 부서진 남자 로비. 많은 이들이 맥어보이의 눈빛 연기가 특별하다고 말하는 데는 이 영화의 역할이 크다. 멜로영화의 고전으로 남을 이 작품에서 그는 백 마디 말 대신 절절한 눈빛으로 가슴속의 온갖 감정을 토해 냈다.
‘원티드’ 루저에서 액션 히어로로 변신하는 웨슬리|2008|티무르 베크맘베토브 감독 작은 체구의 맥어보이는 이 영화의 오디션 과정에서 ‘전형적인 액션영화의 주인공 같은 외모가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당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이 화끈한 액션영화에서 액션을 제대로 소화했다. 주인공의 짜릿한 변신과 카리스마까지 또렷이 새긴 건 두말할 필요 없다.
‘엑스맨’ 프리퀄 시리즈, 이상주의자 자비에|2011~2016|매튜 본·브라이언 싱어 감독 텔레파시 초능력을 지닌 자비에 박사는 돌연변이와 인간이 공존할 수 있다고 믿는다. 맥어보이 특유의 눈빛은 이 화려한 수퍼 히어로 영화에 어떤 믿음 같은 걸 뿌리내렸다. 그 스스로 “이 시리즈 덕분에 경제적으로 자유로워졌다. 적은 예산의 작품에도 선뜻 출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장성란 기자 hairp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