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가뭄에 단비’ … 올들어 선박 첫 수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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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4월 위기설’에 시달리는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첫 수주에 성공했다. 다음 달 당장 4400억원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라 말 그대로 ‘가뭄에 단비’다.

유럽 선사와 LNG선 2척 계약 #4100억 규모 … 옵션 포함땐 8300억

대우조선은 2일 유럽지역 선사와 17만3400㎥ 규모의 LNG 운반선 2척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2척 추가 계약 옵션이 포함돼 있다. 이는 본 계약 4144억원, 옵션까지 행사할 경우 약 8300억원대의 계약이 된다.

수주한 선박은 길이 295m, 너비 46m 규모로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건조해 2019년 하반기 인도할 예정이다. 천연가스를 주 연료로 사용하는 친환경 LNG운반선으로, 고압가스분사식 엔진 (ME-GI), 천연가스 재액화장치(PRS) 등 대우조선이 자신 있어 하는 선박 기술이 집약돼 있다.

대우조선은 이날 지난해 8월 건조 중에 계약이 해지돼 골칫거리였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에 대해서도 “새 주인을 찾았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해운회사인 프론트라인이 2척을 18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 선박은 당초 오세아니아 지역 선주가 발주했던 것이지만, 발주사에서 “자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계약을 해지했다. 프론트라인이 이 물량을 시가 대로 가져가면서 큰 손해를 면하게 됐다.

이번 수주는 정성립 사장이 장기 출장을 불사하며 펼친 수주 총력전의 첫 성과다. 정 사장은 미국과 영국 런던 등을 도는 2개월간의 출장을 떠났다 돌아온 뒤 며칠 전 직원들도 모르게 다시 런던으로 향해 계약에 사인했다. 정 사장은 “현재 LNG운반선 등 대우조선이 강점을 가진 가스선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며 “이번 수주를 시작으로 경영 정상화를 위한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2건의 계약은 당장 다음 달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4400억원 상환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대우조선 측은 “이달 말께 선수금이 입금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선수금은 통상 10~20%다. 2건 계약으로 약 600억~1200억원까지 확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대우조선은 2015년 산업은행 채권단으로부터 약속받은 4조2000억원을 거의 다 소진해 현재 약 3800억원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중 갚아야 할 금액은 9400억원을 정도다. 그럼에도 수주가 살아나는 조짐이라 한줄기 희망이 비치기 시작한 것이다.

대우조선은 관계자는 “LNG선 4척 8300억원(옵션 포함)에 VLCC 2척을 더하면 이번 계약의 실질적인 규모는 1조원이 넘는다”며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우조선에 대해 한국에선 불안해 하지만 이번 수주에서 볼 수 있듯이 세계 유수의 선주들은 여전히 우리를 굳게 신뢰한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은 앞서 지난달 7일엔 미국 LNG 회사인 엑셀러레이트 에너지와 옵션 포함 7척의 부유식 액화천연가스저장·재기화시설(LNG-FSRU)에 대한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했다. 다음달 첫 선박에 대한 본 계약이 진행될 예정이다. 1척에 2억3000만 달러(약 2635억원), 7척을 모두 수주할 경우 16억1000만 달러(약 1조8400억원) 규모의 계약이다.

1조원이 묶여 있어 대우조선의 숨통을 눌러 온 앙골라 소난골 드릴십(이동식 시추선)은 여전히 문제다. 소난골에 이를 인도하려면 드릴십을 이용할 회사가 정해져야 한다. 엑손모빌과 오일 메이저 4~5곳이 소난골과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몇 개월째 답보 상태다. 이중 한 곳과 협상이 타결되면 드릴십 인도는 급물살을 타지만 무산되면 다시 기약없이 기다려야 한다.

앞으로 대우조선은 소난골 해결에 관여하면서 오랜 기간 거래를 지속해 온 ‘우량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 인도 대금 조기 수령을 시도하는 한편 자회사와 자산 매각 등 자구계획을 이행할 예정이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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