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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정보의 자유와 규제가 충돌했을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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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세계적인 인터넷 정보검색서비스 기업인 구글(google)이 중국용 구글 사이트(google.cn)를 중국 내에서 운영하는 대가로, 정치적으로 민감한 단어의 검색을 제한하라는 중국정부의 요구에 합의한 것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정부가 요구한 검색제한 단어는 '대만 독립''티베트 독립''천안문 사태''파룬궁''민주주의''자유' 등이다. 일부에서는 자유로운 정보 유통과 정부 검열의 반대를 강조하던 구글의 이중적 태도에 실망했다거나 사업적 이익에 눈이 어두워 인권을 버렸다고 비난한다.

이를 지켜보는 국내 인터넷 기업의 심정은 좀 복잡하다. 인터넷기업이 각국의 인권 신장을 위해 해당국 정부의 검열요구에 저항을 해야 하는가. 아니면 현지화 전략 차원에서 이러한 요구를 묵인해도 되는 것인가. 해외로 진출하는 국내 인터넷 기업도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인터넷 기업들에 해외 진출은 중요한 당면과제이고, 국내에서는 해외기업을 상대로 무한경쟁에 직면하고 있다. 오늘날 인터넷으로 국경 없는 세상이 돼 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각국의 문화와 전통.법체계가 다르다는 사실 또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어느 나라 정부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인터넷 검색결과에 민감하고, 인터넷을 통한 감시와 검열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인터넷 검색결과는 기계적인 결과값에 불과하지만, 그 내용에 대한 선별적 차단은 각국의 문화적 차이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상의 음란물이나 청소년유해물은 접근이 제한되고, 해외에서 유입되는 음란물 및 청소년유해물은 도메인 차단목록이 배포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기업은 상대적으로 외국기업에 비해 규제를 더 많이 받는다는 점에서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의 입장에서 인터넷상의 검열이나 인증은 시스템 구축과 감시인력 운용 등에 비용이 드는 일이다. 여기다 지나친 규제는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이라는 인터넷의 철학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의 비판과 이탈 가능성도 있다. 대부분의 인터넷 서비스는 이용자의 자발적 참여와 활동을 기반으로 구성된다. 인터넷 기업이 이용자가 원하는 검색결과를 수시로 차단하거나 이용자의 기록을 정부당국에 일상적으로 제출한다면, 인터넷 서비스의 상품가치가 훼손될 뿐만 아니라 이용자들이 인터넷 서비스 이용 자체를 꺼리거나 외면하게 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정부가 부패했을 때 언론의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높았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정부에 대한 불신이 높을수록 대중은 더 많은 정보를 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정부에 대한 중국인의 불신이 깊다면 앞으로 인터넷을 통한 정보욕구는 더욱 커질 것이다. 구글이 이런 상황을 알고도 검열요구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중국 진출을 결정했다면 그 자체로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고 본다. 천하의 구글이라도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고, 중국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 이번 결정은 철옹성 같은 중국시장 진출을 위한 치밀한 전략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라도 경영의 기본 원칙과 윤리기준은 반드시 가질 필요가 있다. 외국에 진출한 기업이 해당 국가의 요구를 저버릴 수는 없겠지만 명백한 인권침해에 협력하거나 동조해서는 안 된다. 각국 정부도 국내정치적 필요에 의해 자유로운 정보 유통이라는 인터넷의 근본 속성을 언제까지나 외면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인터넷은 궁극적으로 통제와 억압이라는 단어와는 병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구글의 사례는 정보의 자유라는 인터넷의 속성과 정부규제라는 현실적인 필요성 사이에서 어떤 기준을 설정할 것인가를 모색해야 하는 과제를 남겼다.

김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