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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올림푸스 회계부정에 다중대표소송제 세계 첫 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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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네이버의 100% 자회사였던 라인은 지난해 7월 일본 증시에 상장하며 도쿄증권거래소의 혹독한 요구를 감내해야 했다. 상장 규정이 요구하는 ‘독립성 확보 및 이해상충 방지를 위한 장치’가 핵심이었다. 거래소 측은 같은 인터넷 업종인 네이버를 모회사로 둔 라인이 지배구조는 물론 기술적으로도 완벽하게 자립한 독립 기업인지를 꼼꼼하게 따졌다. 이에 따라 라인은 모회사와의 모든 내부 거래를 심의하는 위원회를 사외이사만으로 구성해야 했다.

사외이사·감사제도도 대폭 강화 #미국, 엔론사태 뒤 독립이사 의무화

여기엔 일본의 아픈 경험이 자리 잡고 있다. 2011년 10월 광학기기 전문업체 올림푸스가 10년 동안 1조4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은폐해온 사실이 전문경영인 사장의 폭로로 드러났다. 한 달 전엔 일본 3위 제지사인 다이오 제지의 총수 일가가 자회사에서 1500억원이 넘는 돈을 불법 차입해 카지노에서 탕진한 사실이 밝혀졌다. 2015년엔 일본 대표기업 중 하나인 도시바마저 원전 사업에서의 손실을 숨기기 위해 1조4000억원 규모의 회계 부정을 저지르다 발각됐다.

아베 정부는 기업 투명성을 확보하지 않고선 성장도 안 된다고 보고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2015년 5월 사외이사 및 감사제도를 강화하는 회사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다중대표소송제도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2014년 2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고 다음해 6월 지배구조와 관련한 상장 요건을 크게 강화했다.

미국도 2001년 엔론 사태 이후 상장 요건이 엄격해졌다. 뉴욕증권거래소는 15조원에 달하는 분식회계가 가능했던 이유를 철저히 복기해 재발 방지책을 마련했다. 상장사 이사회는 ‘사외이사(outside director)’가 아닌 ‘독립이사(independent director)’가 과반수를 차지하도록 하고 감사위원회·이사선임위원회·보수위원회도 독립이사로 구성하도록 의무화했다. 사외이사가 단순히 회사 바깥에 있는 교수·회계사·관료 출신 등 외부 인사를 뜻한다면 독립이사는 외부 인사이면서도 경영진과 이해관계가 없고 제대로 견제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박경서 고려대 교수 는 “대부분 상장사인 국내 대기업들이 주주 이익을 옹호하는 최소한의 장치인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조차 반대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