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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개혁해야 코리아 디스카운트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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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나현철
나현철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지난해 9월 한 외국계 증권사가 아시아 12개국 상장사들의 지배구조를 평가해 점수를 매겼다. 중국·일본에 이어 3위권의 경제 규모인 한국의 순위는 12개국 중 12위, 꼴찌였다. 이 증권사는 적은 지분으로 거대 기업집단을 지배하고 세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경유착, 불공정 거래, 자본의 비효율적 투자 등 많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IMD 평가 경영관행 분야 꼴찌 #국제경쟁력 떨어뜨리는 주요인

대기업 지배구조의 후진성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연례 평가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지난해 한국의 순위는 61개국 중 29위를 기록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4대 평가 분야 가운데 특히 기업 효율성(48위)이 두드러지게 낮았다. 이 중에서도 경영 관행은 꼴찌인 61위를 기록했다. 세부 항목별로 봐도 기업윤리실천(58위)과 경영자의 사회적 책임(60위), 건강·안전 등의 관심도(56위)가 나란히 바닥 수준이다. 후진적 지배구조가 국가경쟁력 하락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끊이지 않는 대기업 총수 일가의 갑질이나 소비자 안전을 도외시하는 경영 윤리 실종이 낳은 결과다. 최근 몇 년만 해도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이나 재벌 3·4세의 폭행, 폭언 사건,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이는 자본시장에 대한 불신과 한국 주식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이어진다. 한국 기업의 주식 가치는 싱가포르의 절반, 대만·말레이시아의 70%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조명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은 “외국인 투자자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크게 지배구조와 지정학적 요인 두 가지에서 기인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정학적인 것이야 바꿀 수 없는 부분이지만 기업지배구조는 개선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