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을 험담해?" 코치 발길질에 고교 핸드볼 선수 뇌사

중앙일보

입력

서울의 한 고등학교 핸드볼 선수가 코치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해 뇌사 상태에 빠졌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27일 K대 부속고등학교 핸드볼부 코치 최모(32)씨가 이 학교 핸드볼부 소속 선수 A군(18)을 폭행해 뇌사 상태에 빠트린 혐의(폭행치상 등)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25일 오전 10시쯤 학교 체육관에서 벌어졌다. 최씨는 이날 샤워실에서 A군을 포함한 핸드볼부 학생 6명이 학교 교사들을 욕하는 잡담을 들었다. 화가 난 그는 학생들을 훈련장에 집합시켜 얼차려를 줬다. 한 시간 가까이 엎드려 뻗치기를 시키고, 중간에 힘들어하는 학생들은 발로 걷어찼다.

특히 몸이 왜소해 기합을 견디지 못한 A군과 주장을 맡은 B군은 머리와 배 등을 수 차례 걷어차였다. 머리를 맞은 A군은 곧바로 정신을 잃었다. 하지만 최씨는 별다른 응급조치를 하지 않았다.


동료 학생들이 A군을 휴게실에 옮겨 놓은 뒤 두 시간이 흘러도 깨지 않자 그제야 가족에게 연락해 폭행 사실을 털어놨다고 학생들은 주장하고 있다. A군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이틀에 걸쳐 두 차례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사건을 접수한 뒤 최씨와 학생들을 불러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최씨는 혐의 대부분을 시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조만간 최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