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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묘길 비보에 넋 잃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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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여수=임광희 기자】제31진영호 실종선원 가족들은 추석날 마침 성묘길에 날아온 날벼락같은 비보에 모두 넋을 잃었다.
선장 추용우씨(45· 여수시 봉강동 420의5) 집에는 부인 방정희씨(44)가 TV를 통해 피겨소식을 듣고 실신했으며 경기도 광명시에서 귀성한 장남 병재군(19)등 가족과 친척들이 온통 울음바다를 이루였다.
방씨는 『김일성이는 추석도 모르느냐』 『고생만 해온 불쌍한 그이를 왜 죽여』라고 넋두리처럼 되뇌며 실신했다.
특히 추씨의 막내딸 선화양 (9· 여수서국교2년)은 『아빠가 이번에 돌아올때는 돈을 많이 벌어와 좋은 책상을 사주겠다고 약속했다』며 『아빠, 아빠』하며 계속 목놓아 울어 보는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추씨는 출항후 3일만인 지난달 24일 흑산도에서 전화를 걸어 오랜 셋집살이 끝에 지난7월 빚을 얻어 3천1백여만원에 사들어간 집걱정을 하며 부인 방씨에게 『조금만 더 참고 고생하자』고 얘기한 것이 가족과의 마지막 대화였다.
또 갑판원 김상식씨(61· 여수시 연등동 110)의 13평 오막살이 집에는 부인 박방례씨(56)와 장남 천수씨(24)등이 여천군 남면 심장리 선산에 성묘가고 추석연휴로 부산에서 회사에 다니다 집에 온 2녀 영숙양(21)과 막내아들 영수군 (14· 여수중2년)이 남아 슬픔에 젖어있었다.
영숙양은 『아버지 회갑이 음력8월28일로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기관원 김종오씨(28· 전남 보성군 득량면 례당리 5)의 누나 김종순씨(33)등 유가족들도 이날 하오8시쯤이배 소속회사인 여수시 봉산동 동진수산 사무실에 나가 『고물장사를 하다 잘살아 보겠다고 배를 타더니 첫출어에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며 울음보를 터뜨렸다.
제31진영호에는 당초 13명이 승선했으나 통신장 조현홍씨 (55)는 26일 대흑산도에서 하선해 무사했다.
진영호 선주 양성군씨(55)도 사고소식을 전해듣고 충격을 받아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고있다.
양씨는 지난1월15일에도 자기회사 소속 대형기선 저인망어선 제27 동진호 (93·41t)가 백익도근해에서 조업중 북괴경비정에 끌러가 선장 김순근씨 (46· 여수시 고소동 66)등 13명과 배가 아직도 억류돼 있는 가운데 이번에 또다시 진영호사건이 터져 큰 충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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