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생 성폭력 70%는 같은학년 친구가 가해자

중앙일보

입력

초·중·고교생 25명 중 1명은 성폭력 피해 또는 가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같은 학년 친구 사이에서 성희롱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교육부는 ‘사소한 장난도 성폭력’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도록 예방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 학급에 한 명은 피해 또는 가해자 #"성인물 노출 많아져 또래간 성희롱 빈번" #교육부, "성폭력 예방교육 강화할것"

교육부는 24일 학교 내 학생 대상 성폭력 예방대책을 발표했다. 대책 마련을 위해 교육부가 전국 초중고교생 4만3211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학생은 1.8%, 가해 경험이 있는 학생도 1.8%였으며 가해와 피해 경험이 모두 있는 학생은 0.5%였다. 약 4%의 학생들이 성폭력 피해 또는 가해 경험이 있다는 의미다.

성폭력 유형별 피해학생 현황 [교육부]

성폭력 유형별 피해학생 현황 [교육부]

성폭력 가해학생 현황

성폭력 가해학생 현황

가장 많은 피해 유형은 성희롱(55.3%)이었고 이어 성추행(28.3%), 사이버성폭력(14.1%) 순으로 많았다. 가해자는 같은 학교의 같은 학년이 70.7%로 가장 많았다. 다른 학년(4.5%)이나 타 학교 학생(6.4%), 교사(2.8%)보다 또래간 성폭력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정시영 교육부 학교생활문화과장은 “또래끼리 성희롱을 하는 비율이 초ㆍ중ㆍ고에서 모두 높게 나타나 또래간 성폭력 예방교육을 강화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친구끼리의 사소한 장난도 성폭력이 될 수 있다는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교육부의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피해 응답률은 2013년 2.2%에서 2016년 0.9%로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지만 학교폭력 중 성폭력 사건은 점차 많아지고 있다. 학교폭력 중 성폭력 사안 심의 건수는 2012년 642건에서 2015년 1842건으로 증가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 박모씨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을 통해 ‘야동’과 같은 성인물을 일찍부터 접하다보니 또래들에게 장난처럼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하는 일이 많다. 동시에 성희롱을 장난으로 넘기지 않고 문제제기하는 학생들도 많아지면서 학교내 성폭력 사안이 많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또래간 성폭력 예방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올해 중에 성폭력 예방교육 수업지도안 공모를 통해 우수한 수업안을 교사들에게 보급할 계획이다. 중학교 자유학기에는 청소년성문화센터, 청소년 경찰학교 등의 외부기관을 활용해 역할극 등 체험 위주 성폭력 예방교육을 한다. 또 올해 언어문화개선 선도학교 200곳, 사이버폭력 예방 선도학교 150곳을 지정해 정신적 성폭력도 예방하기로 했다.

학생뿐 아니라 교원의 성범죄에 대한 제재도 강화한다. 2015년부터 성범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면서 성범죄 교원의 파면ㆍ해임 비율이 65%에서 72%로 증가했지만 여전히 경징계 비율이 12%에 달한다. 교육부는 매 학기마다 성범죄 교원에 대한 징계 수위를 점검해 미온적으로 처벌했을 경우에는 관련자들을 징계요구할 방침이다. 또 공립은 물론 사립학교도 학생 대상 성범죄에 대해서는 교육청이 직접 조사하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할 계획이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