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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씨 미공개 작품 100여 점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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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사흘 전 타계한 백남준씨가 남긴 미공개 작품 가운데 뉴욕의 '백남준 스튜디오'에 보관돼 있는 '낙타 안장(2003)'. 남정호 뉴욕특파원

미국서 타계한 '비디오 아트의 아버지' 백남준씨가 100점 이상의 유작을 남긴 것으로 밝혀졌다.

백씨의 조카 하쿠다 겐은 3일 오후 거행될 백씨의 장례 절차를 발표하며 지난달 31일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일반인에게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100점 이상의 작품이 뉴욕 스튜디오 등에 분산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적당한 시기에 서울.뉴욕 등지에서 미공개 작품들을 모아 특별전을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이 열린 맨해튼 소호의 백남준 스튜디오에는 '중국 축음기 (Chinese Victrola)'와 '낙타 안장 (Camel Saddle)' 등 30여 점의 미공개 작품들이 보관돼 있었다.

백씨의 기존 작품 중 두 점은 세계적 명성의 미 스미소니언 박물관 소속인 워싱턴 소재 미국 미술관에 영구 전시될 예정이라고 하쿠다 겐은 말했다. 두 작품은 '미국지도(US map)'와 '메가트론 매트릭스(Megatron Matrix)'인데, 올 미국 독립기념일(7월 4일)에 맞춰 설치될 예정이다.

백씨의 장례식은 3일 오후 3시 맨해튼의 프랭크 캠벨 장례식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장례식엔 백씨와 함께 작업했던 오노 요코(가수 존 레넌의 부인)와, 독일의사당을 천으로 감싸는 작업으로 유명한 설치미술가 크리스토 자바체프 등이 참석한다. 백씨의 유해는 화장된 뒤 한국.독일.미국 등 3~5개 나라에 분산 안치될 예정이다. 하쿠다 겐은 "49제를 지낸 뒤 유해를 한국 등으로 옮길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의 존 헨하트 큐레이터는 "한국은 우리 시대의 가장 뛰어난 예술가 중 한 명을 만들어 냈다"고 백남준의 업적을 높이 평가했다.

뉴욕 타임스도 같은 날 장문의 부고 기사를 싣고 백씨를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이자 일찍이 TV의 위력을 감지하고 이를 예술에 도입한 작가"라고 평했다. 뉴욕 타임스는 "백남준의 작품은 음악에서부터 극장, 파운드 아트에 이르기까지 3개 대륙, 반세기에 걸쳐 있다"면서 "그의 작품은 심오하며 시각적으로 현란하고, 때로는 거부할 수 없을 만큼 재미있다"고 덧붙였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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