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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도 펜타곤 테러 쉽게 할 수 있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사이버공간은 테러행위의 진입장벽을 현저히 낮춰놓았고 테러범들에겐 복잡하게 얽힌 네트워크 자체가 활동무대가 됐다. 네트워크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물리적 파괴력의 만남으로 지구촌은 완전히 새로운 위협을 맞이하고 있다.

인터넷에 떠도는 급조폭발물(IED) 제조법 그대로 폭발장치에 휴대폰을 붙여놓고 원거리에서 그 휴대폰으로 전화(진동)를 걸어 폭발시킬 수 있다. 2013년 4월 미국 보스턴마라톤 대회에서 일어난 테러 참사도 압력솥 안에 장약을 넣고 디지털시계를 이용해 만든 뇌관을 뚜껑에 설치하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급조폭발물에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원격조종 장난감 비행기나 헬리콥터를 동원하면 차원이 달라진다. 테러리스트가 장난감 비행기에 사제폭탄을 탑재하고 자동항법장치(GPS) 기능을 추가한다면, 장난감이 인명을 살상하는 무기로 둔갑하게 된다.

2011년 8월 미국 동부지역에 지진이 발생했을때 국방성 건물 밖으로 나와 대피중인 직원들의 모습이다. [사진 미 국방성]

2011년 8월 미국 동부지역에 지진이 발생했을때 국방성 건물 밖으로 나와 대피중인 직원들의 모습이다. [사진 미 국방성]

2012년 11월 방글라네시 출신 미국 이민자인 레즈완 페르도스는 폭탄을 장착한 드론을 원격조종해 미 펜타곤과 국회의사당을 폭파하려던 계획이 탄로났다. 페르도스는 대학전공인 물리학에 흥미를 잃고 오랜 시간을 인터넷에 매달려 있었다. 그 기간 동안 급진 이슬람 사이트를 방문하면서 점차 미국에 맞서 성전(聖戰)을 촉구하는 알카에다 선전에 빠져들었다.

그는 직접 워싱턴으로 가서 목표물을 둘러보고 지도상 공격지점을 확인했다. 미 해군 팬텀전투기를 10분의 1크기로 줄인 무인항공기(드론) 세 대를 구입해 미래 정해둔 비행경로로 날아가 원하는 지점에 정확히 떨어지도록 설정했다. 드론에 고성능 플라스틱 폭탄을 탑재하고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기폭장치도 고안해냈다.

폭탄을 장착한 여러 대의 드론이 레이더망을 피해 시속 160킬로미터 이상의 속도로 날아가 사람들이 미처 대피할 겨를도 없이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었지만, 다행히 연방수사국(FBI)의 함정수사에 걸려 실행되지 못했다. 오늘날 군사적 목적으로 드론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듯이 테러리스트 역시 자유자재로 드론을 테러에 사용할 수 있다.

영국 히드로 공항 활주로에 여객기 두 대가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영국 히드로 공항]

영국 히드로 공항 활주로에 여객기 두 대가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영국 히드로 공항]

2016년 4월 영국 런던의 히드로 공항에 착륙하려던 영국항공 A320 여객기가 드론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여객기는 다행히 큰 피해 없이 착륙했지만, 드론이 항공기 제트 엔진에 빨려 들어가 내장된 배터리가 폭발했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는 드론에 폭탄을 장착해 항공기와 충돌시키는 대형 테러가 언제든 일어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드론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무장테러집단이 살상 공격이나 감시를 위해 그들만의 드론을 제작하는 기술에 접근할 수 있고, 자생적 테러리스트는 가게에서 저렴하게 구입하거나 3D 프린터로 제작할 수 있다. 우리는 머지않아 인명살상 결정을 내리는 무인시스템이 등장하고 이와 동시에 날아다니는 로봇을 해킹하는 치명적인 파괴를 경험할 것이다.

손영동 고려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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