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시골마을에 한국인 情 듬뿍" 한국 대학생 33명 연해주서 봉사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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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연해주의 오레호뷔 마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로 10시간을 달려 도착한 달레네첸스크에서 비포장도로를 타고 2시간을 더 들어가는 시골마을이다.

한적한 이곳이 지난달 22일 장터가 선듯 북적거렸다. 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 소속 대학생 해외봉사단 33명이 이.미용, 스포츠마사지, 한방치료, 태권도 교육 등 봉사활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임시 미용실이 차려진 마을회관에는 봉사단이 커트뿐 아니라 파마까지 해준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동네 아주머니들이 길게 줄을 섰다.

파마를 한 타야(45.여)는 "머리를 하려면 하루에 두번뿐인 버스를 타고 아침에 시내로 나가 저녁에야 들어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오레호뷔 학교에서 진행된 태권도 수업. 몸 풀기에 이어 발차기 등 기본동작을 배우는 15명 학생들의 얼굴에는 호기심과 진지함이 가득했다.

파벨 세르게이비치(16)는 "영화를 보면서 쿵푸 등 격투기에 관심이 많았는데 한국의 태권도를 가르쳐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달려왔다"면서 "굉장히 재미있다"고 말했다.

또 마을회관에서 스포츠마사지 봉사에 나선 배전열(25.호남대 사회복지3)씨는 땀을 비오듯 쏟아내면서도 "말은 통하지 않아도 정성은 통한다"며 쉬지 않고 몸을 움직였다. 裵씨의 정성이 통했는지 어깨 통증을 앓는다던 카로이나루바(52.여)는 마사지를 받고 난 뒤 "날아갈 것 같다"며 아들뻘되는 그를 꼭 안아주기도 했다.

이튿날인 23일 문을 연 한방진료소에도 환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심장통증을 호소하며 찾아온 이웃 바가루마을 면장 마카로(39.여)는 침과 뜸을 맞은 뒤 "한결 편안해진 느낌"이라며 연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학생들의 적극적인 봉사활동에 감동한 마을 주민들은 이날 저녁 마을회관에서 조촐한 다과를 준비해 대접 했다.

대학생 해외봉사단은 봉사활동에 이어 고려인 마을을 찾아 전통혼례식, 한국음식축제를 벌인 뒤 지난 6일 귀국했다.

봉사단에 참여한 최승봉(25.경상대 수의학과3)씨는 "현지 주민들은 봉사활동에 대해 고마움을 표했지만 정작 우리가 봉사를 통해 배운 것이 더 많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학사회봉사협의회가 주관하는 대학생 해외봉사는 1997년부터 실시돼 지금까지 4천여명의 대학생이 12개국에서 봉사활동을 벌였다.

러시아 오레호뷔=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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