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TONG] 첫 졸업생 배출한 자오나학교 “아기 키우며 꿈도 키웁니다”

TONG

입력

업데이트

바닥엔 유아용 매트가 깔려 있고, 책장엔 소리 나는 사운드북이 꽂혀 있다. 복도엔 월령별 유모차가 나란히 놓여있다. 건너편에는 ‘벚꽃’ ‘안개’ ‘개나리’ 등의 푯말이 붙은 교실이 보인다.

얼핏 어린이집 같은 이곳은 학교다. 슬로건을 포함한 공식 명칭은 ‘청소녀 양육미혼모와 학교 밖 청소녀 자립을 위한 생활 공동체형 대안학교 자오나’. 쉽게 ‘자오나학교’로 통한다. 아이를 직접 기르면서 공부를 계속 하고 싶은 미혼모 청소년들이 서울 정릉동에 있는 이 학교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생활 자립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집에서 혼자 아기를 보려니까 힘들기도 하고, 검정고시도 보고 싶었어요. 여기선 도와주는 친구들도 있고 봉사자님들이 아기를 봐주는 시간도 있고 하니까 제가 뭘 해볼 수 있어요. 공부해서 대학에 가고 싶어요.” (A학생, 18세)

자오나학교에서 생활하고 있는 청소년들은 2월20일 현재 출산 후 조리를 위해 잠시 집으로 간 한 명을 포함해 총 8명. 양육미혼모 5명과 학교 밖 청소년 3명이 함께 살며 공부한다. 엄마가 아닌 청소년들은 이곳에서 자연스레 ‘이모’가 되어 친구들의 육아를 돕는다. 또 다른 가족이 구성되는 셈이다.

자오나학교는 2014년 10월에 처음 문을 열었다. 원죄없으신마리아 교육선교수녀회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수도원의 한 층을 생활관과 교육공간으로 나눠 사용하고 있다. 이전까지 여대생 기숙사로 사용하던 공간이었다. 숙소였던 작은 방들은 수준과 과목별로 한두 명씩 나뉘어서 수업하는 자오나학교의 교실로 적합했다. 강명옥 자오나학교 교장은 “교육적인 도움이 가장 필요한 이들이 누구일지 수도회가 함께 고민한 결과, 가장 취약한 환경에 처한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어려운 환경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만큼, 자오나학교는 교육과 숙식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기초화장 외의 화장품이나 개인 통신요금 등 일부만 청소년이 각자 받은 수급비로 지출한다. 운영비는 후원자들의 재정후원과 아산나눔재단 ‘파트너십 온’ 등의 지원으로 충당하고 있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동안 아기를 돌보는 역할은 자원봉사자가 맡는다.

“사실 이곳에 온 친구들은 굉장히 힘든 선택을 스스로 한 아이들이에요. 안정적인 가정환경에서 자라지 못한 학생들이 많고, 아이를 낳으면 더 어려울 걸 알면서도 생명을 선택한 거거든요. 그러면 이 아이들의 학습과 양육을 누군가는 도와야죠. 또 그들이 경험하지 못한 가족, 생활공동체의 경험도 필요하고요. 이곳이 친정 같은 곳이 되면 좋겠어요.” (강명옥 교장)

올해 첫 졸업생 배출…“친정 같은 곳”

“주변에 도움을 구할 만한 사람이 없었어요. 어렵게 가족과 연락이 닿기는 했는데 아이를 입양 보내려고 해서 다시 멀어졌어요. 그래서 여기를 알아보고 찾아왔어요. 지금은 당장 뭘 준비할지는 모르겠는데, 아기를 생각해서 제 진로를 신중하게 고민해보려고요.”(B학생, 18세)

이곳 학생들은 대부분 직접 자오나학교를 찾아왔다. 한 달에 외박 2회, 외출 10회, 통금시간 및 취침 시간 등의 제약이 있음에도 공부와 육아를 병행하고자 스스로 선택한 길이다. 학교에서도 양육 미혼모든 엄마가 아닌 학교 밖 청소년이든 입학 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공부를 하고자 하는 의지’를 본다. 검정고시를 앞두고 있는 C학생(20세)은 공부 이야기를 하면서 “시험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적다. 수업을 더 많이 하면 좋겠다”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수업은 정규교사와 외부 강사, 자원봉사자들이 맡는다. 각자의 학습 상황이 달라서 일반 과목은 전체 수업이 아닌 한두 명씩 나뉘어 과외 교습처럼 진행한다. 검정고시에 필요한 과목 외에도 바리스타 실습이나 원예, 공공디자인 등 활동도 수업시간표에 들어있다. 다양한 경험으로 자립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수업과 경제활동 실습을 할 수 있는 작업장 겸 매장인 ‘자오나샵’도 준비 중이다.

[사진제공=자오나학교]

[사진제공=자오나학교]

[사진제공=자오나학교]

[사진제공=자오나학교]

자오나학교는 올해 초 첫 졸업생 두 명을 배출했다. 한 명은 대학에 진학했고, 다른 한 명은 취업을 했다. 2015년 1월에 각각 생후 6개월과 1주 된 아기를 데리고 학교에 들어온 학생들이다. 지금은 완전한 자립을 준비하며 학교 맞은편에 있는 공동 주택 ‘자오나하우스’에서 생활하고 있다.

자오나학교는 현재 비인가 대안학교로 운영된다. 양육 미혼모 청소년과 학교 밖 청소년, 출산 예정 청소년까지 어려운 환경에 몰린 여성 청소년들을 모두 끌어안기 위해서다. 강명옥 교장은 “청소녀 양육미혼모와 학교 밖 청소녀들이 함께 생활공동체로 살아가며 공부하고, 사회 진출 훈련을 받아 자립까지 연결되는 ‘자오나 모델’을 제시하고 싶다”는 비전을 밝혔다.

글=박성조 기자 park.sungjo@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10대가 만드는 뉴스채널 TONG
바로가기 tong.joins.com

Copyright by JoongAng Ilbo Co., Ltd. All Rights Reserved. RSS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