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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통피니언] 소녀상에도 봄이 올까

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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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이지부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많은 이들이 따뜻한 마음을 남기고 갔다.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많은 이들이 따뜻한 마음을 남기고 갔다.

소녀상에게도 봄은 올까.

소녀상은 그 어느 때보다 첨예한 대립과 갈등을 낳고 있다. 한일 위안부 합의는 위안부 할머니들과 대다수 국민들의 외면으로 이행이 지지부진한 데다 폐기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일본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녀상 문제가 부산 일본영사관에 이어 독도에까지 번져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TONG청소년기자단 방이지부는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청소년의 올바른 역사인식을 도모하고 위안부 문제를 기리고자 작은 캠페인을 벌였다. 일본군에 성폭행을 당하고 죽어간 우리 소녀들의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는 피케팅을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과 몇몇 지하철역 등에서 진행했다. 주변의 시민들도 안타까움을 표하며 호응을 보냈다.

부산 일본영사관에 위안부 소녀상이 설치된 데 항의해 일본이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한 지 두달 째 접어들고 있지만 소녀상 설치는 점점 더 확대되고 한일 간 외교는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아베 일본 총리는 "소녀상이 철거될 때까지 대사를 돌려 보내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일본 정부는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미국, 캐나다, 호주에 이어 지난 22일 상하이사범대 원위안루 앞 교정에 한중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을 제막했다. 경기도의회는 독도에 위안부 소녀상을 설치하겠다고 나섰다. 한중일 외교관계는 전략적 협력 관계의 틀을 벗어나 점점 더 감정적인 대립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주한 일본대사의 공백은 역사상 최장 기간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급랭한 한일 관계는 일본 내 한류 냉각과 한국 방문객 급감 등으로 이어져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엔저로 우리 국민의 일본행은 오히려 느는 등 타격을 별로 입지 않은 일본은 갈수록 더 기고만장한 태도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독도 소녀상 추진과 관련 “다케시마(일본의 독도 명칭)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억지를 되풀이했다. 일본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외교적 입지를 더욱 넓혀가는 분위기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지난 3일 "소녀상을 위안부상이라고 부르겠다"며 도발을 이어갔다.

우리는 세계를 무대로 독도와 위안부 문제 등을 놓고 민족의 자존심을 걸고 한치의 양보도 업는 총성 없는 전쟁을 일본과 벌일 수밖에 없다. 영토와 역사 문제를 쉽사리 협상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세계의 여론을 끌어 들여야 하는 마당에 일본에 빌미를 주고 있지는 않은지, 영리한 싸움을 하고 있는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는 부산과 독도 소녀상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국제 관례를 들어 "외국 공관 앞 조형물 설치는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또 "독도와 소녀상 연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나눔의 집 위안부 할머니들도 경기도의회의 독도 소녀상 추진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피해 할머니들은 "소녀상은 많으면 좋지만 독도는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경기도의회가 방문하자 "소녀상을 설치한 독도를 방문할 의사가 있다"고 하기도 했지만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돼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경기도의회의 의원동호회인 '독도사랑-국토사랑회는' 올해 말 건립을 목표로 모금운동을 진행 중이지만, 건립에는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독도가 속한 경북도의회는 지난 8일 “외교적 문제뿐 아니라 천연보호구역 문제가 있어 신중히 접근해야 하는데 경기도의회에서 경솔하게 추진한 측면이 있다”고 표명했다. 이에 경기도의회도 독도 행정지배권을 갖고 있는 경북도의회와 협의를 하지 않고 섣부르게 진행한 부분에 대해 사과하고 결의문 제목 또한 ‘평화의 소녀상 설치 관련’ 내용을 삭제하고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망언에 대한 규탄 결의문’으로 수정한 후 채택했다.

일본 정부가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과 관련해 전방위 압박에 나선 가운데 부산 영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에 시민들이 가져다 놓은 꽃이 놓여 있다. [사진=중앙포토]

일본 정부가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과 관련해 전방위 압박에 나선 가운데 부산 영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에 시민들이 가져다 놓은 꽃이 놓여 있다. [사진=중앙포토]

부산 일본영사관 앞이나 독도는 당연히 우리 영토라 일본이 소녀상 설치를 막을 권리가 없다. 하지만 친일-반일 프레임에 갇혀 다분히 감정적인 문제로 비화하면 일본의 전략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독도를 영유권 분쟁지역으로 끌고 가고자 하는 일본의 술수에 자칫 기름만 부어 주는 꼴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아직도 최순실 게이트, 대통령 탄핵 등으로 혼란을 빚고 있으며, 국외에선 트럼프, 아베, 푸틴 등 자국의 이익만 우선하는 세계 정세로 급변하고 있다. 이럴수록 침착하고 냉정하게 대처하고 일본과의 협력 관계를 어느 정도 계속 유지해서 후일을 도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일차원적으로 맞대응하기보다 국내외 상황을 지켜보면서 명분과 실리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이대로라면 일본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는 과거 못 배우고 근대화에 늦어 35년간 국치를 당했다. 외교에 있어서도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으로 인해 활발한 교류활동 등에서 뒤처졌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역사를 돌아봐야 하고 우리나라에 대해 잘 알아야한다.

일본은 절대 무시 못할 강대국이고 협력과 교류를 해야 할 이웃나라다. 우리는 국력을 길러 대항해야지 투정만 부릴 때가 아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바를 성실히 하며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

글=정유진(한영외고 1)·손민지(가락고 1) TONG청소년기자 방이지부
도움=박정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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