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봐준 교사 10명 … 교육청 징계는 3명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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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21·사진)씨가 서울 청담고 재학 당시 1학년 담임이었던 김모 교사는 무단 조퇴를 반복한 정씨를 정상 출석한 것으로 처리한 사실이 서울교육청 감사에서 적발됐다. 또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정씨의 해외 출국 기간을 출석으로 인정했고, 동일한 진단서를 ‘재탕’하는 식으로 질병결석(병결) 처리한 일도 드러났다. 문제 학생을 제대로 지도하기는커녕 오히려 사실상의 일탈행위를 적극적으로 도운 것이다.

사건 후 3년 징계시효 규정 탓 #적발된 청담고·선화예중 교사 #퇴직자 포함 7명은 징계 못해

하지만 김 교사는 교육청에서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을 전망이다. 징계시효가 지났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경우는 김 교사뿐만이 아니다. 22일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정씨와 관련한 비리로 검찰에 수사의뢰된 전·현직 교원은 김 교사 등 모두 10명이다. 앞서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지난해 말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관련자 전원에 대해 규정과 원칙대로 중징계 등 신분상 처분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다음달 열리는 징계위원회에 회부될 교원은 단 3명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청 관계자는 “10명 중 청담고의 박모 전 교장 등 2명은 이미 퇴직해 징계 대상이 아니고 다른 한 명은 위반 정도가 낮아 제외됐다”고 밝혔다. 또 김 교사와 중 1·2·3년(선화예술학교) 때 담임 등 4명은 ‘시효 만료’로 징계를 면하게 된 것이다.

현행 교육공무원법 규정에는 초·중·고 교사와 대학교수는 징계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만 3년이 넘으면 징계를 요구할 수 없게 돼 있다. 다만 금품·향응 수수, 공금 횡령, 성범죄는 5년의 시효가 적용된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징계위원회 의결 없이는 파면·해임·정직 같은 중징계는 물론 감봉·견책 등의 경징계도 할 수 없다”며 “수사기관에서 금품 수수 혐의 등을 추가로 밝혀내지 못하면 사실상 징계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서 일부 교원과 공무원들이 이처럼 짧은 징계시효 규정을 ‘면죄부’로 악용한 사례들도 있었다. 지난해 6월 감사원은 2013~2015년 음주운전 단속에 걸리고도 신분을 감춘 교사·교육공무원 940명을 찾아내 시·도교육청에 통보했다. 서울의 한 일반고 교감은 “신분을 감추면 징계를 일단 늦출 수 있고 운이 좋아 단속기관의 확인·통보가 3년을 넘기면 징계를 모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경기도·전남 등에선 감사원에서 통보한 교원 중 시효를 넘겨 징계할 수 없는 경우가 있었다.

이 같은 규정은 논문 표절 징계에도 걸림돌이 돼왔다. 2015년 11월 건국대 글로컬캠퍼스의 A교수는 표절 의혹이 제기됐으나 징계위에 회부되지 않았다. 학교 관계자는 “표절 시점이 이미 10년 이상 지난 상태여서 규정상 징계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최인엽 교육부 학술진흥과장은 “논문 표절에 한해 징계 시효를 늘리는 안을 검토했으나 법 개정이 필요해 진전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징계시효를 대폭 늘려 문제 교원은 엄히 징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학생들과 다수의 선량한 교원·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징계시효를 7~10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병기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행정학) 교수는 “표절, 학사관리 특혜 제공처럼 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고 교육자적 윤리에 어긋나는 행위는 특례 조항을 통해 시효를 연장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천인성·정현진 기자 guc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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