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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하는 청각장애인·춤추는 시각장애인 … ‘끼’ 펼칠 무대 만들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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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정원일 복지관 공연팀장
그림·노래·연주·난타 등 교육
재능 있으면 예술가로 육성
자연스레 재능기부 이어져

귀가 멀면 말하는 것도 불편하다. 특히 현란하고 빠른 랩을 구사하는 힙합은 청각장애인에게는 더 커다란 벽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정원일(37) 강남장애인복지관 공연예술팀장은 한국에도 ‘청각장애인 래퍼’가 나오기를 꿈꾼다. “핀란드엔 사인마크(SIGNMARK)라고 실제 청각장애인 래퍼가 있어요. 사람들은 공연에 흠뻑 빠져들 뿐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구분하지 않죠.”

정원일씨는 “예술의 영역 안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는 없다”며 장애인을 위한 예술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 장진영 기자]

정원일씨는 “예술의 영역 안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는 없다”며 장애인을 위한 예술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 장진영 기자]

정 팀장은 “평소 장애인은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로 인식되지만 예술의 영역 안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시에 관객이 되기도 하고, 함께 공연자가 되기도 하면서 마음을 열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강남장애인복지관에서 장애인 예술가 육성 프로젝트인 ‘액티브 아트(Ative Art)’를 이끄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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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장애인복지관은 국내 최초로 2009년 장애인문화예술특화복지관으로 문을 열었다.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장애인들의 자활을 돕고 장애인 예술가를 지원한다. 현재 200여 명의 장애인이 그림·보컬·플루트·피아노·난타 등 문화예술교육을 받고 있다.

특징적인 점은 단지 장애인 예술교육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 중 재능을 갖춘 이를 발굴하고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공연기획부터 전시·공연장 섭외, 재원 마련까지 전 과정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시각장애인 플라멩코팀 ‘라루스’, 시각장애인 밴드 ‘절대음감’과 ‘4번출구’, 발달장애 박태현·정도운·한부열 작가 등 30여 명의 장애인 예술가가 정 팀장을 통해 복지관과 연을 맺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며 소통하고 즐기는 문화예술축제도 기획한다. 매해 장애·비장애 아티스트가 함께하는 ‘더 사운드 페스티벌’과 장애 예술인의 공연과 토크콘서트를 결합한 씨톡(C!talk)을 개최한다. 일본 장애인 음악제인 골드콘서트에 한국 대표팀 파견을 돕는 국제교류사업도 있다.

그는 지난해부터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휠체어 무용수 전승훈씨와 플라멩코 무용수 양서연씨가 전문 무용수로 첫발을 떼는 공연을 기획 중이다. 무대감독 등 전문 예술인을 멘토로 초빙해 1년간 훈련을 도왔다. 평소 반려견에 관심이 많은 전씨는 동물 보호를 주제로, 양씨는 플라멩코의 ‘올레’ 추임새와 제주 올레길을 연상시켜 제주에서의 공연을 기획했다. 정 팀장은 이들과 수시로 의견을 나누며 공연 콘셉트를 짰다. 그들이 예술가로 성장할 뿐 아니라 재능기부도 할 수 있게 이끌었다.

“재능기부까지 하는 장애인 예술가들이 늘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기대해요. 장애는 단지 ‘불편함’일 뿐 우리(비장애인)와 같은 시선에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는 거죠.”

글=정현진 기자 Jeong.hyeonjin@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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