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팀은 특급 '질주' 코리안 특급은 '헉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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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국인 선발 투수들은 요즘 불안한 나날을 보이고 있다. 자신들은 구위가 기대에 못미치고 있는데 소속팀이 예상 이상으로 선전해 입지가 흔들리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 빅리거의 맏형인 박찬호(31.텍사스 레인저스)를 비롯해 서재응(27.뉴욕 메츠)은 올 시즌 소속팀의 선전 때문에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년 꼴찌였던 박찬호의 텍사스는 8일(한국시간) 현재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공동 2위를 마크하는 등 올 시즌 돌풍을 일으키며 포스트시즌 진출을 바라볼 정도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년간의 부진을 딛고 재기에 나선 박찬호로선 팀의 위상에 걸맞은 위력적인 투구를 펼쳐야 할 형편이다. 또 박찬호를 제외한 선발 투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호투, 2승 4패, 방어율 5.80을 기록한 채 현재 부상자 명단에 올라 있는 박찬호가 다시 비집고 들어가기가 힘들 지경이다. 구단은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비한 선발진 강화를 위해 왕년의 에이스인 릭 헬링, 피츠버그의 기대주 크리스 벤슨 등을 영입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여 박찬호를 압박하고 있다.

뉴욕 메츠 서재응은 올 한국인선발 투수 중 가장 좋은 성적(3승4패, 방어율 4.53)을 기록중이지만 소속 구단은 더욱 안정된 특급투수를 찾고있다. 뉴욕 메츠는 현재 내셔널리그동부지구에서 공동 3위를 달리고 있는데 선두 플로리다에 3게임 반밖에 뒤지지 않아 포스트시즌 진출 희망을 품고 있다. 메츠 구단은 시애틀의 프레디 가르시아, 탬파베이의 빅토르 잠브라노 등 특급 선발에 눈독을 들이며 여차하면 트레이드 전선에 뛰어들 태세이다. 이들 중 한 명이 영입되면 팀내 선발진 중 뒷순서인 서재응도 안심할 수 없다.

지난 6일 빅리그 승격을 통보받고 9일 오클랜드전에 시즌 첫 선발로 등판한 신시내티의 봉중근도 마찬가지이다. 올 스프링 캠프막판인 지난 3월 말 애틀랜타에서 신시내티로 전격 트레이드된 후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선발 수업을 쌓고 있던 봉중근은 당초 빠른 빅리그 승격이 예상됐으나 팀내 선발진의 호투와 팀의 호성적이 맞물리며 좀처럼 기회가 오지않았다. 신시내티는 강자들이 포진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선두에 올라 역시 포스트시즌 진출을바라보고 있다.

일간스포츠 알링턴=박선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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