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위식도 역류 증상엔 식도곁탈장 의심을

중앙선데이

입력

일러스트 강일구

일러스트 강일구

최근 들어 소화불량이 심해진 정모(76·여)씨는 식사 때마다 음식을 삼키기가 힘들어 곤혹스럽다. 처음엔 체한 줄 알고 음식을 먹지 않다가 좀 나은 것 같으면 다시 먹곤 했다. 그런데 소화불량은 나아지질 않고 한 번 생기면 3~4일은 계속 식사를 하기 힘들었다. 증상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체중도 줄었다. 그러다 음식을 삼키기 힘들어 이틀 정도 금식했더니 어지럽고 토하는 증상까지 생겨 급히 응급실을 찾았다.


복부CT 검사 결과 복강(배 안)에 있어야 할 위의 대부분이 흉강(가슴 안)으로 딸려 들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도곁탈장이란 진단을 받은 정씨는 혈액 검사에서 식이 부족으로 인한 철 결핍성 빈혈도 발견됐다. 정씨는 복강경을 이용해 탈장된 부위를 원상태로 되돌리는 식도곁탈장 수복술과 식도 하부조임근을 보완하는 위기저부 주름술을 받았다. 수술을 받은 뒤 정씨는 별다른 합병증 없이 퇴원해 식사하는 데 문제가 없을 만큼 회복했다.


식도곁탈장은 위식도 역류 증상을 일으키는 주요 질환의 하나다. 위식도 역류는 위산이나 위 속의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하는 증상을 말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위식도 경계 부위의 구조가 파괴되면 흉강과 복강을 구분하는 횡격막(가로막)의 각근육(脚筋肉) 사이가 벌어지면서 틈새가 생긴다. 각근육은 횡격막 가운데 구멍을 이루는 근육이다. 식도곁탈장은 벌어진 공간을 통해 복강 내 장기 중 주로 위가 식도 옆 흉강으로 딸려 들어가는 현상을 말한다.


초기에는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탈장의 정도가 심해지면 소화불량이나 위산 역류 같은 증상이 나타나고, 딸려들어가는 복강 내 장기의 양이 많아지면서 구토 같은 심한 증상이 생긴다. 흉강으로 탈장하는 공간이 증가하면 호흡 곤란도 생길 수 있지만 흔하지는 않다.


식도곁탈장이 생기는 원인은 지속적인 과식 등으로 위 용적이 팽창하면서 위식도 경계 부위의 구조가 파괴되고 횡격막부위(각근육)가 벌어지는 것이 대표적이다. 호흡을 하면서 흉부와 복부는 압력차가 일어나는데, 벌어진 횡격막 부위로 위가 딸려 올라가면서 식도곁탈장이 시작된다.


횡격막 근육의 노화도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식도곁탈장은 대부분 노년기에 생긴다. 간혹 자주 과식하고 과다 체중이면 젊은 연령이라도 생길 수 있다. 소화불량이 계속되고 위산 역류가 있으면서 간헐적인 구토가 있고 구토한 뒤 증상이 나아진다면 식도곁탈장을 의심해야 한다. 

만성적이면서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식도곁탈장은 심한 증상은 없더라도 음식을 많이 섭취하기 어렵기 때문에 식이 섭취부족으로 철 결핍성 빈혈 등도 나타날 수 있다.

김모(63·남)씨는 위식도 역류 증상이 계속돼 집 근처 병원에서 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식도곁탈장으로 진단을 받았지만 탈장의 크기가 작고 역류 말고는 다른 증상이 없었다. 약물치료를 권유받아 양성자 펌프억제제를 복용했더니 증상이 나아져 계속 약물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약 먹는 것을 건너뛰면 역류 증상이 어김없이 나타나 일상생활이 힘들었다. 약물 복용량도 점차 증가하게 되자 김씨는 수술을 받기로 결심했다. 복강경으로 식도곁탈장 수복술과 위기저부 주름술을 받은 김씨는 수술 이후 역류 증상이 없어지고 약물 치료도 중단했다.

식도곁탈장은 내시경검사·위조영제검사·CT검사 등의 결과를 확인해 진단한다. 증상이 심할 경우 간단한 흉부 촬영으로 흉부의 장 내 공기 음영 상태를 보고 진단하기도 한다. 하지만 치료를 진행하려면 탈장의 정도나 탈장낭 내 복부 장기 등을 확인하기 위해 흉부 촬영 외 다른 검사 결과도 참고해야 한다. CT검사는 제공하는 정보가 많아 수술 전 계획을 세우기에 가장 유용하다.

식도 주변 벌어져 위가 딸려 들어가 #과식·과체중, 근육 노화 등이 원인 #탈장 심하면 위산 역류에 구토까지 #원래 상태 복구 수술로 치료 가능

증상이 미미하거나 나타나는 빈도가 뜸 할 때는 주의 깊게 관찰하기도 하지만 증상이 악화되고 잦아지면 즉시 치료를 시작하는 게 좋다. 약물 치료는 위산 역류 증상만 일시적으로 완화시킬 수 있지만 식
도곁탈장은 복부 장기의 해부학적 구조가 변화된 것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치료되지는 않는다. 해부학적 구조를 원상 복구시키고 재발을 방지하려면 수술을 받아야 한다.


최근에는 흉터가 거의 남지 않는 복강경 수술을 주로 하는 편이다. 수술은 복강으로 수술 기구를 넣어 흉강으로 올라간 장기를 복강으로 되돌려놓고 복강 장기가 흉강으로 올라가면서 생긴 탈장낭을 제거하는 과정으로 진행한다. 이후 벌어진 횡격막 부위를 좁혀주고 재발과 위산 역류를 방지하는 목적으로 위기저부 주름술을 시행한다. 수술 직후 정상화된 복부 장기의 위치를 조영제 검사 등으로 확인하고 식사를 하게 된다. 대개 수술을 받고 나서 3일 뒤 퇴원한다. 1년에 한 번 정도 추적 검사로 내시경이나 CT검사를 하기도 하지만 증상이 재발되지 않았다면 반드시 할 필요는 없다.

간혹 고령이라 수술을 망설이는 경우가 있는데 소화기관을 절제하는 수술이 아니고 복강경 수술이라 고령 환자에게도 비교적 안전한 수술법이다. 수술 후 금식과 입원 기간이 길지 않아 증상이 심하다면 수술을 받는 편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


이한홍 객원 의학전문기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