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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부인 이혜경과 자녀 마카오서 경찰 보호 받아” … 딸 솔희 “현실이 어둡기에 내일의 희망만을 가진다” SNS 글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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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9호 04면

김정남 가족들, 시신 인도 요청 가능성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독살된 김정남의 둘째 부인 이혜경과 아들 김한솔, 딸 김솔희는 마카오에서 현지 경찰의 엄중한 보호 아래 안전하게 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8일 보도했다. 마카오 정부는 김정남 가족의 소재지나 경호 여부에 대한 확인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마카오는 중국의 특별행정구역이다. 사실상 중국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은 전했다.

김씨 가족 제3국 이동설 나오기도 #이혜경, ‘장길선’ 명의 여권 소지 #“신분 감추기 위해서 가명 사용”

김정남과 오랜 친분을 가졌다는 현지 교민 A씨는 “13일 김정남의 독살 소식이 전해진 직후 마카오 정부는 바로 경호 조치에 들어갔다. 김정남 가족들은 현재 무사하다”고 말했다. 김정남 가족은 13일 이후로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A씨는 “가족들은 남편과 아버지의 급작스러운 죽음에 한동안 말을 잊었고, 장례도 치르지 못한 현실에 대해 고통스러워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한솔

김한솔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은 김일성-김정일-김정남을 잇는 김씨 일가의 장손이다. 김씨 일가를 뜻하는 ‘백두혈통’의 적통이기도 하다. 아버지 김정남에 이어 김정은의 다음 타깃에 오를 가능성이 커 가족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제3국으로 급하게 옮겼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으나 아직 마카오 정부 보호 아래 있는 것으로 우리 정보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아들 김한솔과 딸 김솔희는 마카오에서 다른 청소년처럼 살았다고 한다. 현지 교민들에 따르면 아들 한솔은 한국 아이돌의 마카오 공연장을 찾고, 딸 솔희는 화장도 하고 애니메이션을 즐겨 봤다는 것이다. 둘 다 학업 성적이 뛰어나고 운동을 잘했으며 학교생활에도 열심이었다고 한다. 가톨릭교회에서 운영하는 스카우트 단원으로도 활동한 경력도 있다. 마카오 교민 B씨는 “우리 애들과 초등학교를 같이 다녀 예전부터 왕래가 있었다. 김정남이 언론에 나오기 전까진 북한 김씨 일가 사람인 줄 전혀 모를 정도였다”며 “그렇다고 김정남 가족들이 일부러 자신들의 정체를 숨긴 것은 아닌 듯하다”고 말했다.

김솔희는 소셜미디어(SNS)에 복잡한 상황을 암시하는 글을 여럿 남겼다. “현실이 어둡기에 내일의 희망만을 가진다(The present is dark, That I have no choice but to romanticize future)” “흑과 백이 공존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Live in a world that is balck and white)” 등을 보면 자신이 보이는 것처럼 평범한 삶을 살고 있지 않는 사실을 내비쳤다.

김정남의 둘째 부인 이혜경은 1975년생으로 북한의 공연단 출신이다. 상당한 미모와 교양을 갖고 있다고 그를 만나본 현지 교민들은 전했다. 고가의 명품 차림 모습도 자주 보였다고 한다. 교민들과 만나는 걸 꺼리진 않았지만 북한에 대한 언급은 일절 안 했다는 것이다. 현지 교민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남은 90년대 후반 김한솔이 갓난아기일 때 이혜경과 함께 투자이민 형태로 마카오를 찾았다. 교민 C씨는 “딸 김솔희를 마카오에서 낳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한다. 김솔희는 98년 또는 99년생으로 알려졌다. 김정남 가족들은 마카오 시민권을 받아 모두 마카오 여권을 가지고 있다. 김정남이 ‘김철’이란 가명의 여권을 갖고 있듯이 이혜경도 ‘장길선’ 명의의 여권을 갖고 있다고 한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장길선은 가명”이라며 “신분을 감추기 위해 여러 개의 여권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카오 현지 방송인 아오위성TV(澳亞衛視)는 15일 김정남이 둘째 부인 이혜경과 이혼 상태라고 보도했다. 옛 거주지였던 마카오 타이파 북부의 해양화원(海洋花園) 부동산 등기자료에 소유자는 이혜경(Li Hae Gyeng)이며 혼인 상태는 이혼으로 돼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지 교민들은 “이혼했다면 김정남이 마카오의 가족들을 자주 찾을 리 없다. 이번에도 마카오로 오려다 변을 당한 것 아니냐”고 말한다.

해양화원에 경찰차가 여러 대 배치됐고 경찰관이 주변을 순찰하자 이곳이 김정남 가족의 소재지라는 일부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이에 대해 현지 소식통은 “김정남이나 가족의 거주지는 아니며 언론의 취재 경쟁에 불편을 느낀 주민들이 경찰에 신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지금까지 시신 인도를 요청한 곳은 북한대사관이 유일하지만 유족이 요구하면 유족에게 우선적으로 권한을 주겠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북한 측에 가족 DNA 확인절차를 요구한 상태다. 사실상 북측의 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김정남 가족은 곧 마카오 당국을 통해 김정남의 시신 인도를 말레이시아 당국에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마카오=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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