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산실」태릉선추촌을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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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행복하게 지내는 사람은 대개 노력하는 사람이다.
노력의 결과로 얻어내는 어떤 성과의 기쁨없이는 누구나 참된 행복을 누릴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수확의 기쁨은 그 흘린 땀에 정비례하는 것이라는 진리를 외면할 수 있는 또 다른 진리는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자기의 몸을 아끼는 사람은 그 몸과 장래를 망치고, 내던지는 사람은 오히려 그 몸을 구하게 되는 것을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그러나 대개의 사람들은 땀을 흘리는 일에 상습적으로 주저하고 인색하다.
그런데도 진리는 또 다시 동의하고 있다.
한 몸을 아끼지 않고 내던져서 이루지 못할 일이란 결코 없다는 것이다.
생물학적으로도 땀은 고등동물만이 흘릴 수 있는 특권이란 것이다.
항차 길을 걸어갈 때에도 땀으로 소금기가 밴 작업복을 입고 일에 열중하는 사람을 발견하게 되면 문득 아름다운 열정을 느끼게 된다.
그것으로도 우리는 땀의 가치가 신성하다는 것을 느끼게된다.
태릉선수촌으로 첫발을 들여놓는 순간 필자는 진솔하게 땀의 교훈을 느끼고자 했다.
땀을 흘리자면 필경 열기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 열기를 선수촌에서 찾아내기란 별로 어렵지 않았다.
모두 7백99명의 젊은 선수들과 코치·임원들이 오는 l7일로 꼭 3백65일을 앞둔 서울올림픽을 향해 이곳에서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하루 열량 5천칼로리의 식사, 그리고 10에이커의 선수촌이 오직 땀을 흘리는 장소만으로 7백99명의 건각들에게 제공되고 있었다.
7백99명이 모여 떠들기로 한다면 저자거리에 방불할 터인데 말을 하는 사람은 필자를 안내하는 사람 뿐이었다.
말이란 시작이 불편하거나 경과에 불편이 있을 때만 필요한 것임을 이 침묵 속의 열기는 충분히 가르쳐주고 있었다.
한국에서 하나뿐인 공식직함을 혼자 가진 김성집(김성집)선수촌장을 만났을때도 그랬고 김집(김집) 훈련원 원장을 만났을 때도 지금은 잔소리 같은 것을 늘어놓을 때가 아니란 것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모두가 달리고, 뛰고, 넘어지고, 뒹구는데 조용히 앉아있는 사람은 경비초소의 경원경찰들 뿐이다.
이 선수촌이 계획되어 건설이 추진된 것은 64년 동경올림픽을 끝내고 선수촌의 필요성을 느낀 당시 민관식(민관식) 대한체육회 회장에 의해서 66년6월 태릉벌에 세워진 것이다.
선수촌이 건설된 것을 바탕으로 해서 우리나라의 선수양성은 한마디로 비약적인 발전을 보았고, 그 발전은 스포츠과학연구소가 들어섬으로써 더욱 효율적인 운용이 이루어졌다.
특히 쳬력단련장은 몇 되지않는 체육 선진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국제적 규모라는 것인데 기본체력의 빈약이 항상 말썽거리로 대두되곤 하는 우리나라 선수들에겐 획기적인 시설로 꼽히고 있다.
우리 선수들은 이런 선수촌에서 스파르타식의 고도집약적인 훈련을 감내하고 있다.
몇 해전만 해도 가위 생각할 수 없었던 외국코치들도 10명 가까이 이 선수촌에 들어있다.
마침 식당에서 나오는 유도의 하형주(하형주)선수와 농구의 조문주(조문주)선수를 만날수 있었다.
하형주선수는 마침 오전 연습 중 발목 부상을 입었는데 그는 부상을 두려워하지 않고 연습에 몸을 던지는 일이 부상하지 않는 비결이라는 것이고 기본체력을 보강하는 일이 또한 부상의 공포심에서 해방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한다.
올림픽후에 대학진학을 꿈꾸고 있다는 조문주선수는 여가 시간을 음악과 독서로 보냄으로 해서 정서고갈을 충전시키는데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대답이었다.
부지런한 낙시꾼생활 3∼4년이 지나도 월척 한 수 끌어올린 경험이 없는 낚시꾼은 많다.
그런데 인구 50억명이 살고있는 지구에서 단 한 개 뿐인 금메달을 목에 걸기란 하늘의 별 따기에 비유해서 결코 무리는 아니다.
그것을 위해 태릉선수촌의 선수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오직 땀흘리는 한가지 방법뿐이라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흘린 땀의 부피가 아무리 크다할지라도 메달을 따지 못할 경우에 선수들이 겪어야할 절망과 비애를 우리는 먼저 예지하고 있어야 한다.
사람마다 금메달이라고 떠든다지만 더 높이, 더 빠르게, 더멀리 자신들의 몸을 날리고 싶은 것은 선수들 자신인 것을 잊지 말자.
자나깨나 금메달읕 목표로 하면서도 또한 그것에 초연하지 않으면 메달을 딸수 없다는 이괴리를 알면서 연습하고 있는 그들. 그 흘리는 땀방울 하나하나는 진주와 비견해서 뒤떨어짐이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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