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민주화 순조롭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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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뉴욕=연합】미국의 저명한 아시아문제 전문가이며 버클리소재 캘리포니아대학 정치학교수인「로버트·A·스칼라피노」교수는 10일 밤『한국의 변혁은 폭력적 과정이 아니라 점진적 발전의 과정을 밟을것이며 민주주의가 대체로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밝혀 민주화를 탄압하는 군부의 정치개입이나 극렬 세력에 의한 폭력혁명의 가능성을 배제했다.
최근 한국을 방문, 정치사태 추이를 직접 관찰하고 돌아온「스칼라피노」교수는 이날 뉴욕의 아시아협회가 주최한「기로에 선 한국―최근의 사태발전과 한국정치의 전망」이라는 심포지엄에 참석, 한국의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장래를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그같이 밝혔다.
그는 한국이 정치·사회적으로 극도의 혼란상태에 빠져있던 지난60년의 민주당정권 당시 외국학자로서는 처음으로 젊은 장교들에 의한 군사쿠데타 가능성을 예언, 적중시킨바 있어 앞으로의 한국정국 전개와 관련한 그의 이러한 관측은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는『학생소요와 노동자파업사태가 극렬·폭력화의 방향으로 치닫는다면 군부가 들고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지적한뒤 그러나『한국사태의 밑바탕에서 진행되고 있는 민주화과정과 발전의 추세를 놓고볼때 민주화에 대한 군부의 탄압가능성은 높지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최근 야당을 무마하기 위해 중대한 조치를 취했을뿐 아니라 타협을 않기로 정평이 나있던 한국의 정치인들이 기꺼이 타협, 개헌안에 합의한 사실은 민주주의와 대의정치게임이 진실로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것을 실증한다』고 평가하면서『민주주의가 대체로 순조롭게 진행될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학생시위와 노사분규에 차례로 언급,『한국에서는 지난 수십년간 혁명적 세력들이 존재해봤고 학생들이 중요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최근에는 마르크시즘이 과격 학생들의 전략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고 지적하고 그러나『정치·경제발전의 과정과 안보의 필요성, 민주적 의사결정에의 참여의식이 높아지고 있는 중산층의 증대등으로 극렬세력이 보편화하거나 과격학생들이 도시중산층의 상당한 부분을 끌어들이지는 못할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현재의 노동자파업사태는『富의 분배가 보다 공평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뒤늦은 요구와 필요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당분간 계속될것』이라고 내다보면서『노사분규는 결국 타협을 통해 해결될 것이며 노동운동이 한국사회의 전면적 파멸을 초래하지는 않을것』이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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