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살 가출소년이 "복싱영웅"으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주먹하나로 이미 10억원대의 거금을 모은『짱구』 장정구(25)는 불우한 청소년들의 우상이자 영웅이다.
노사분규의 와중에 휩쓸린 근로자들의 월봉이 불과 10만∼2O만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불과 1시간정도 링위에서 뛰고 물경 1억원정도씩을 거머쥐는 장정구는 분명 선망의 대상이다.
그러나 챔피언자리를 지켜나가는 것이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살을 찢어내는 것과 같은 체중감량과의 싸움, 링에 대한 공포감 등의스 트레스로 자기와의 싸움은 가위 처절하다.
WBC 라이트플라이급 챔피언 장정구는 오는 10월 세계 링계가 주목하는 일생일대의 한판승부를 펼친다.
이 체급 세계최다방어기록(일본 「구시켄·요코」의 13차방어)에 도전, 멕시코의 도전자 「이시돌·페레스」(동급3위)를 국내에 눌러들여 14차방어전을 갖게된 것이다.
그는 이같이 4년6개월째 타이틀을 지켜오면서 더욱 원숙해져 「진짜 프로다」라는 칭찬을 듣고 있다.
권투경력 13년의 그는 요즘들어 더욱 체중조절을 여유있게 해내고 있다. 타이틀을 따냈던 초만해도 10여kg의 감량으로 고생했으나 요즘은 2∼3kg정도로 몸관리를 잘해내고 있다.
지난85년 8차방어이후부터는 체력훈련도 다른 복서와는 달리 역기 등 기구를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주먹을 때려 근육을 단련시키는 특이한 훈련을 한다.
음식도 국내복서 중 좀체 보기즈문 철저한 계획식.
경기 두달 전부터는 아침은 뱀탕과 과일, 점심은 과일주스와 빵, 저녁은 생선회나 장어구이를 상식한다.
술은 일체하지 않으며 담배는 하루 4∼5개비를 핀다. 이는 체중조절을 위해 85년이후 시작한 것이다.
과거 대부분의 국내 세계챔피언들이 갑작스런 돈과 명예로 자기관리에 실패, 단명하는 경우가 많았던 점에 비하면 장정구의 자기관리는 가위 모델케이스다.
세계적인 복싱전문지인 미국의 링지가 『장은 한국이 배출한 가장 챔피언다운 챔피언』 이라 평한 것도 이점을 높이 샀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그의 장수 이면에는 훈련을 돕는 「장정구사단」도 큰 몫을 한다.
「챔피언제조사단」인 이들은 한국복서 중 가장 많은 인원으로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이 사단은 임현호트레이너를 비롯, 보조트레이너·운전기사 각1명과 12명 가량의 스파링파트너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한차례 방어전 준비에 70일간의 기일에 보통 1천만원의 부대비용을 쓰고 있다. 장은 총 수입면에서도 프로스타 중 단연 으뜸이다.
장이 지난83년3월 타이틀을 따낸 이래 이제까지 경기를 통해 번돈은 10억9천만원 정도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중 매니저·트레이너비와 세금 등을 제외하고 그의 수중에 들어온 돈은5억원 정도라는 것.
그는 이돈으로 서울광장동 워커힐아파트(56평·전세)와 부산의 어머니집과 슈퍼살롱승용차를 구입했고 나머지는 은행에 예금해 놓고있다.
세계챔피언이란 명예는 접어두더라도 국민학교(부산아미교)를 졸업한 것이 학력의 전부이며 찌든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글러브를 끼었던 17살의 가출소년이8년만에 엄청난 변화를 이룩한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