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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프랑스 플럼빌리지 틱낫한스님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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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세계적 불교 수행 공동체 플럼빌리지(Plum Village)로 틱낫한 스님을 만나러 가는 길은 길고도 무더웠다. 포도주 생산지로 유명한 프랑스 남부도시 보르도의 공항에서 비행기를 내려, 버스를 갈아 타고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과 옥수수밭을 1시간30분 동안 달려서야 플럼빌리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베스트셀러 '화''힘'의 저자이기도 한 틱낫한 스님과의 특별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틱스님이 주관하는 여름 수련회에 참석해 사흘간 꼬박 법문을 들어야 했다.

8월 4일 오후의 인터뷰에서 틱스님은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자살 이야기를 서두로 꺼내 기자를 놀라게 했다. "정몽헌 회장의 자살 소식을 오늘 아침 듣고 매우 슬펐습니다.

정치와 기업의 지도자들을 정신적으로 도와 주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어떻게 많은 사람들을 평화의 언덕으로 인도할 수 있겠습니까."

-정계나 재계의 지도자를 포함, 누구나 명상을 통해 성격과 삶의 변화가 가능합니까. 타고난 기질은 바꾸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사람의 성격은 많은 요소로 이루어집니다. 거기에 하나의 요소를 더하면 '변한다는 것'입니다. 만물이 변하는 것을 불교에선 '무상(無常)'이라 합니다. 1백% 변화는 물론 어렵습니다. 하지만 10~20%의 변화는 가능합니다. 어떤 사람은 빨리 변하고 어떤 이는 아주 늦게 변합니다. 분명한 것은 모든 사람이 변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한국의 경우 사회 변화의 속도가 빠른 만큼 부적응자도 많다는 지적을 합니다.

"지난 3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엄청난 가능성을 느꼈습니다. 배우려는 의지, 수행하려는 마음이 그것입니다. 사람들에게 적합한 수행을 전해줄 때, 갈등을 해결하고 내면의 평화를 얻게 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사회로부터 받는 스트레스와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정회장의 죽음에 대해 '대북 사업'과 연관을 시키는 듯합니다. 북한의 인권 문제와 경제난에 대한 지혜로운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우익과 좌익의 대결이나 갈등에 말려들면 안됩니다. 우선 형제애에 단단한 기반을 두어야 합니다. 북한에 쌀을 줄 땐 조건을 달면 됩니다. 가난한 사람에게 쌀이 지원되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못 준다고 하는 것입니다. 남북한의 평화를 위해선 북한 사람들에게 남한 사람들이 1대1로 편지를 써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

-플럼빌리지에서 흥미로웠던 것 중의 하나는 예수와 붓다의 사진을 함께 걸어 놓은 것이었습니다. 종교가 다른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은 무엇입니까.

"플럼빌리지엔 매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와서 함께 수행합니다. 이곳에선 자신의 종교를 버리라고 요구하지 않습니다. 단지 자기 종교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불교를 공부해 볼 것을 권합니다. 불교를 이해하면 기독교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플럼비리지에서 '하느님의 왕국(The Kingdom of God) '이란 기독교 용어를 쓰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플럼빌리지(프랑스 보르도)=배영대 기자
사진제공=김완모(일공일 스튜디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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