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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월’ 푸틴의 선물? … “러, 트럼프에게 스노든 넘길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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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스노든(사진)을 미국에 넘길까. 미국 정보기관의 불법사찰 활동을 폭로한 전 미 국가안보국(NS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거취가 도마 위에 올랐다.

NBC, 미 정보기관 인용해 보도
트럼프 당선 전 “배신자 처형해야”
스노든 2020년까지 러 거주 가능
러 대통령 대변인 “말도 안된다”

미 NBC뉴스는 10일(현지시간) “러시아 정부가 망명 중인 스노든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선물로 보낼지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BC뉴스는 이날 미 정보기관의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러시아에선 스노든의 인도 여부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지난 2013년 스노든이 러시아로 망명한 이후 미 정부는 꾸준히 러시아에 스노든 인도를 요청해왔다.

러시아 측은 일단 해당 보도를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궁 대변인은 스노든의 인도 가능성에 대해 “말도 안 된다”고 밝혔다. 스노든의 미국 측 변호사인 벤 위즈너도 “스노든의 인도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달 스노든의 러시아 거주 허가 기간을 오는 8월에서 2020년 8월까지로 연장해줬다.

그럼에도 스노든의 인도설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NBC뉴스에 따르면 미 정부 소식통은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스노든 인도를 고려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국가안보회의 부국장을 지냈던 후안 재러티도 “러시아 정부가 이미 스노든으로부터 필요한 정보를 다 얻어냈고 미국과의 외교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스노든을 협상 카드로 쓸 수 있다”며 “트럼프 정부는 러시아로부터 스노든 관련 제안을 받아들일 때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 정부는 스노든 인도설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일간 USA투데이는 “미 법무부가 이번 보도에 대해 ‘스노든의 인도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러시아 측이 스노든 인도와 관련된 협상을 제시할 경우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전부터 스노든을 “배신자”라고 비난하며 “처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마이크 폼페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지난해 “스노든은 사형선고를 받아 마땅하다”며 강한 처벌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스노든 "러시아 비판하자 나온 협박성 보도”

스노든은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8일 내가 러시아 정부의 새로운 정보감시법을 ‘억압적인 빅브라더법’이라고 비판하자 이같은 협박성 보도가 나온 것 같다”며 러시아 측이 의도적으로 인도설을 흘렸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 “자국을 위해 일한 스파이를 다른 나라에 팔아넘기는 국가는 없다. 이번 보도는 내가 러시아 정부에 협력하지 않았고 항상 미국의 국익을 위해 움직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 고 주장했다.

스노든은 지난 2013년 NSA에 근무하며 수집한 기밀 자료들을 들고 홍콩으로 도피해 NSA의 불법사찰 프로그램 ‘프리즘’의 존재를 폭로했다. 미 당국은 스노든이 국가 기밀 정보를 유출했다며 그를 간첩죄로 기소하고 여권을 말소했다. 이후 스노든은 러시아로부터 망명을 허가받아 러시아에 머물 고 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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