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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랑, 반다비 인형 어디서 살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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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박소영 기자 중앙일보 기자
박소영 스포츠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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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수호랑과 반다비 인형은 어디서 사나요?” 평창 겨울올림픽 테스트 이벤트를 취재하러 왔다는 네덜란드 기자가 물었다. 그는 “내 아이들이 유튜브를 통해 평창 올림픽·패럴림픽 마스코트 수호랑과 반다비를 보고는 무척 좋아하더라. 아이들에게 사주고 싶은데 어디서 파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기장 기념품점에는 마스코트 대신 ‘판매 예정(coming soon)’이란 현수막만 걸려 있었다.

국제스키연맹(FIS) 프리스타일 스키·스노보드 월드컵이 열리고 있는 평창 휘닉스 스노우파크에도 마스코트를 살 수 있는 곳은 없었다. 평창과 강릉에선 지난해 11월부터 9개 올림픽 테스트 이벤트가 줄줄이 열리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수천 명의 선수와 관계자·취재진이 몰려왔지만 그들은 수호랑·반다비를 구하지 못해 아쉬워했다. 강릉에서 외국인 전용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김옥주씨는 “평창 올림픽이 1년도 남지 않았는데 홍보할 수 있는 물건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는 지난해 3월 롯데그룹과 올림픽 기념상품 공식판매처 공식 후원협약을 맺었다. 유일한 판매처는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뿐이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수호랑과 반다비 인형을 구할 수 없다. 준비한 6000개의 인형이 모두 팔려 나갔기 때문이다. 공식 온라인 스토어도 아직 열리지 않았다.

준비가 늦어지는 바람에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평창올림픽·패럴림픽 마스코트. [사진 평창올림픽조직위]

준비가 늦어지는 바람에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평창올림픽·패럴림픽 마스코트. [사진 평창올림픽조직위]

마스코트는 올림픽의 홍보모델이다. 브라질 리우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2014년 12월 공식 마스코트 발표와 동시에 판매를 시작했다. 대회 준비가 허술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리우 올림픽도 개막 1년8개월 전부터 활발히 홍보활동을 펼친 것이다. 2020년 도쿄 여름올림픽은 아직 공식 마스코트를 발표하지 않았는데도 이미 온라인 스토어를 개설해 엠블럼을 활용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수호랑과 반다비가 올림픽 마스코트로 선정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승인을 받은 게 지난해 6월이다. 그러나 평창올림픽조직위는 마스코트 인형을 준비하지 못해 리우 올림픽 홍보부스에서 수호랑과 반다비를 세계인들에게 충분히 알리지 못했다. 더구나 지난해 말에는 비선 세력의 국정 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올림픽 준비 업무가 마비되다시피 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올림픽 준비에 큰 차질이 생기면서 마스코트 제작도 늦어졌다”며 “올림픽 관련 상품이 이렇게 인기를 끌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이달 말께야 추가로 수호랑·반다비 인형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계인의 겨울축제 평창 올림픽은 이제 1년도 채 남지 않았는데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박소영 스포츠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