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구제역에 대한 궁금증…우유, 쇠고기, 돼지고기는 안전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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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충북 보은에서 또 구제역이 번졌다. 지난 5일 충북 보은에 이어 6일 전북 정읍, 8일 경기 연천에 이어 확산세다. 구제역에 대한 궁금증을 문답으로 풀어봤다. 구복경 농림축산검역본부 연구관의 자문을 받았다.

사람이 감염될 위험은
“거의 없다. 구제역은 동물에게서 사람으로 옮아가는 인수 공통 전염병이 아니다. ‘동물→사람’ ‘사람→사람’ 전염 사례가 있는 조류인플루엔자(AI)와 다른 점이다. 발굽이 하나거나 없는 말·개·고양이에게도 발병하지 않는다. 발굽이 두 개인 소·돼지·양·염소 같은 동물에게만 치명적이다.”
인체 감염 가능성이 0%란 얘긴가.
“세계동물보건기구(OIE) 등에 따르면 구제역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1920년대부터 인체 감염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다. 여러 조사와 실험에서 결론은 비슷했다. 사람은 거의 걸리지 않고 감염돼도 수포와 가벼운 감기 증상만 보인 뒤 자연 치유됐다. 사람 대 사람 전염 사례는 한 건도 없다.”
우유나 쇠고기, 돼지고기는 안전한가.
“구제역은 열과 산(酸)에 약하다. 섭씨 50도 이상이면 죽는다. 살균 처리를 거친 시판 우유, 익힌 고기는 먹어도 안전하다. 육회도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섭취해도 위산에 의해 소멸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바이러스는 근육이나 지방이 아닌 젖, 침, 콧물 등 각종 분비물에 주로 있다. 그럼에도 바이러스 섭취가 두려우면 육회를 피하고 소나 양에서 직접 짠 우유를 마시지 않는 게 좋다. 소·돼지·양의 침, 콧물 등이 몸에 닿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으면 소·돼지를 접촉해도 되나.
“되도록 접촉을 피해야 한다. 인간이 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체가 될 수 있어서다. 2000년대 이후 구제역을 옮긴 매개체는 대부분은 사람이었다. 자동차 바퀴와 신발, 옷 등에 묻은 구제역 바이러스가 다른 가축 농장으로 전파되면서 피해를 키웠다. 사람이 옮긴 사료, 물, 각종 기구로 바이러스가 확산한 사례도 있었다. 구제역 증상이 나타나기 전의 가축도 바이러스를 내뿜으니 접촉을 아예 피하는 게 좋다.”
이번 바이러스가 해외에서 유입됐다고 하던데.
“보은과 정읍에서 나온 O형 바이러스는 ‘중동·남아시아형 인도 2001’ 타입이다. 2014~2016년에 국내에서 발생한 O형 바이러스와 종류가 다르다. 해외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큰 이유다. 연천에서 나온 A형 바이러스의 유전자형은 분석 중이다. 유입 경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구제역 발생농가 농장주들이 공통적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왔지만 이게 바이러스 유입 경로라 단정하기 힘들다. 구제역은 공기와 물로도 전파될 만큼 감염성이 강하다. 침이나 젖은 물론 소의 입김만으로도 옮겨진다. 육지에서 50㎞, 바다에선 바람을 타고 250㎞까지 이동한다. 외국인 근로자나 수입한 건초 사료를 통해서도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

세종=이승호 기자, 조현숙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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