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재물이 뭐기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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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호 29면

삶과 믿음

매일같이 뉴스 시간을 수놓는 오랜 지인 간의 폭력, 형제?자매의 다툼, 부자 지간의 갈등 원인을 자세히 살펴보면 한가지로 귀결된다. 돈 문제다. 평생의 부부싸움도 돈만 아니면 많이 줄어든다는 데 틀린 말이 아니다.


예전에 들은 이야기다. 부자인 한 노인이 자녀들의 끈질긴 요구에 들볶여 일생동안 모은 그의 재산을 미리 나눠줬다. 자식들은 아버지가 당연히 유산을 남겨주실 텐데, 많은 세금을 절약하는 것은 물론, 당장 사업에 쪼들리는 자식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니 일거양득이라고 아버지를 설득했다. 그런데 몇 년 후 아버지는 암에 걸려 병원에서 여러 번 수술을 받게됐다. 자신의 수중에 돈이 없으니 병원 입원비마저 걱정할 지경이 됐다. 헌데 정작 자식들은 발걸음을 점점 끊고 병든 아버지를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똑똑한 자녀들은 한마디로 일축했다. “돌아가실 게 뻔한 데 뭐하러 생돈을 쓰나.” 보다못한 의사의 권유를 듣고 노인은 자신만 알고있는 큰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러자 자녀들은 큰 돈을 앞다퉈 보냈다. 그 이후 노인은 자식들과 연락을 끊었다. 이야기를 들으며 씁쓸하다 못해 오싹한 느낌이 든다.

돈과 재물은 인간의 생활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물론 돈과 재물, 그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그러나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재물 역시 세상의 모든 만물처럼 지나가는 것이며 영원하지 않다는 것이다. 세상의 최고 부호가 호사를 누리다 죽음을 맞는다면, 그 많은 돈과 재물은 자신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 인간은 재물에 의지하여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간에게는 한계가 있고 그 한계를 결코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금은보화도, 세상 권세도 무용지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돈과 재물에 매달린다. 아람어 ‘맘몬(mammon)’은 사람을 노예로 부려 먹는 재물을 우상화한 ‘탐욕의 신’을 일컫는 말이다. 희랍어 ‘맘모나스’에서 파생된 영어 ‘맘모니즘(manmonism)’은 황금만능주의를, ‘맘모니스트(mammonist)’는 황금만능주의자를 뜻한다. 재산에 의지하거나 필요 이상의 재산을 축적하면 자기 생명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착각은 맘몬에 사로잡힌 맘모니스트의 자화상이다.

세상에는 재물에 대한 지나친 욕망 때문에 의롭지 못한 행동을 하고 몸과 마음을 망쳐 파멸로 이르는 일이 많다. 돈과 재물에만 의지해 산다고 생각할 때 인간은 불행해진다. 그 사람은 재물의 노예가 돼버리기 때문이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재산을 가지고도 만족하지 못한다. 그래서 인간의 탐욕은 무서운 것이다.

허영엽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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