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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구제역 의심 소 발견, 황 대행은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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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호 02면

어제 충북 보은군 마로면의 한우 농장에서 구제역으로 의심되는 소가 또 발견됐다. 방역 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하겠지만 만약 확진 판정이 나온다면 다섯 번째 구제역 발생이 된다. 구제역은 지난 5일 보은 젖소 농장에서 처음 발생한 이래 전북 정읍, 경기도 연천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젖소(40%에 해당)를 키우고 있는 경기도의 축산 농가를 포함한 한우 농가들은 2010년과 같은 구제역 대란이 재발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연천의 구제역은 보은·정읍에서 검출된 혈청형 O형 바이러스와 다른 A형 감염으로 드러났다. 동시에 서로 다른 유형의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된 만큼 특단의 방역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들불 번지듯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사설

지금까지 드러난 것을 종합하면 이번 구제역 피해는 부실한 백신 준비와 정부의 사후 관리 소홀이 주된 원인이다. 정부는 그동안 밀집 사육으로 인해 구제역 전파 속도가 빠르다는 이유로 돼지를 위주로 방역 체계를 세웠다. 돼지 농가에는 1년에 한 차례 이상 13마리씩 항체 형성률 검사를 의무화했지만 소 사육 농가는 전체의 10%에서 한 마리씩만 검사를 받도록 해 방역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소의 항체 형성률이 97.5%라는 정부의 설명도 엉터리로 드러났다. 정읍 농가 주변 한우 농장에 대한 조사 결과 실제 항체 형성률은 64%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 ‘물 백신’이란 지탄을 받았다. 심지어 항체 형성률이 0%로 나타난 농가도 있었다. 그동안의 구제역이 혈청형 O형 바이러스라는 이유로 A형 백신을 충분히 확보해놓지 않은 당국은 뒤늦게 부랴부랴 영국 제조사에 긴급 수입을 요청하는 등 뒷북 대응이 요란하다.

충북도는 어제 구제역으로 의심 신고된 보은의 한우가 혀가 벗겨지고 식욕저하 증상을 보인 점을 들어 가축방역관을 긴급 투입해 문제의 한우 6마리를 도살 처분했다고 밝혔다. 또 “구제역 위기관리 단계가 ‘심각’까지 올라간 만큼 선제적으로 강도 높은 방역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만으론 안심할 수 없다. 최초 구제역 발생 이후 일주일 새 전국에서 살처분된 소는 14개 농장, 1093마리에 달한다. 사정이 이렇게 심각하지만 백신의 수량이 태부족하고 항체 형성률이 낮아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상당수 농가는 “백신을 주사한 젖소가 착유량이 20~30% 줄어 피해를 봤다”며 백신 접종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자칫 방역의 골든타임을 놓쳐버리면 순식간에 구제역 대란으로 옮겨 붙을 수 있다.

이뿐 아니다. 정부가 지난 9일 전국의 가축시장을 일시 폐쇄하는 조치를 내리자 쇠고기·돼지고기의 도매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정부는 필요하면 수입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김영란법의 여파로 설 매출이 급감한 데다 구제역 악재까지 겹친 축산·유통업자들은 벌써부터 울상이다.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인한 계란값 급등으로 피해를 본 서민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이런 국가 비상사태를 맞아 상황을 진두지휘해야 할 컨트롤타워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는 아리송하기만 하다. 구제역 발생을 늑장보고 받는 등 이미 초기 방역에 구멍이 났는데도 소매를 걷어붙이고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결의를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그는 2월 들어 나주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방문 등 민생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오는 22일께 TV로 생중계되는 국민토론회를 주재하는 것을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갤럽의 여론조사(10일)에 따르면 황 대행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에 이은 3위의 지지율(11%)을 보였다. 그는 국회 대정부 질문(9일)에서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여야 의원들의 질문에 끝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모호한 태도로 일관해 논란을 샀다. 이런 일련의 행동들은 본인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대권 행보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황 대행은 국정 공백을 막는 중차대한 책무를 맡고 있음을 망각해선 안 된다. 지금은 발등의 불인 구제역 사태 해결에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게 급선무다. 만약 실패해 구제역 대란이 재발한다면 그동안 쌓아온 명성과 신뢰에도 금이 갈 건 뻔한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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