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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주장과 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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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구속자 석방문제가 여야간 중요한 정치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민주당이 석방을 요구하는 구속자 명단에는 시국사범뿐 아니라 정부가 발표했던 주요 간첩단사건까지 포함되어 있어 구속자문제가 체제논쟁으로 비화될 소지까지 안고 있다.
민주당은 김영삼총재가 『총재회담에서 내가 거론한 내용의 80%는 구속자문제』 라고 밝혔듯이 정치일정 추진 못지 않게 이문제 해결에 당력을 쏟고있다.
또 그 의지의 강도에 있어서도 재야를 의식, 어느 때보다 열성적이다. 구체적으로 사건과관련자 명단을 작성해 관계장관을 거듭 만나는가 하면, 조사단을 구성해 전국 교도소를 방문하는등 나름대로 노력하고있다.
양당 총재회담에서 김총재는 구속자 1백56명의 명단과 미사면·미복권자 5백63명의 명단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는 과거 국민을 깜짝 놀라게했던 통혁당사건·남민전사건·구미유학생간첩사건등이 포함되어 있어 『어찌된 일인가』고 의구심을 갖는 국민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양당 총재회담에서 구속자문제는 단 일보의 진전도 없었다.
구속자문제를 보는 양당의 시각이 너무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구속자들을 미석방양심수로 규정하여 장기수로 있는△남민전사건△재일동포간첩사건△통혁당사건△통혁당재건사건△부산미문화원 방화사건△김민련사건△구미유학생 간첩사건△울릉도간첩사건관련자와, 시국사범기결수로 있는△미문학원농성사건△민정당정치연수원사건△민추위사건△보임·다산사건△서노련사건△5·3인천사태△삼민투사건△민민투사건△구국학련사건관련자를 석방하라는 주장이다.
여기서 여야간 이견이 특히 부각되고 있는 것이 간첩단사건이다.
민주당은 이사건의 대부분이 정부의 용공조작 산물이고 설혹 조그마한 실수가 있었다 하더라도 재야나 인권단체 혹은 해외에서 석방을 호소하고 있고 장기수 형생활을 해온만큼 인도·화합적 차원에서 석방해야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민정당은 이사건이 과거 정부발표대로 진짜 간첩사건이며 외부에서 요구한다고 간첩까지 내줄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함께 민주화과정속에 구속자가 차지하는 위상에 대한 견해도 완전히 상반된다.
민주당은 민주화가 되는 마당에 화해와 화합의 차원에서 모두 동참할 수 있는 길을 터주어야 하며 오늘날 이정도의 민주화가 이루어진데는 이들의 투쟁에 힘입은바 크다는 주장이다.또 좌경·용공이라는 것도 민주화가 이루어지면 자연히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민정당은 이들이 전향을 거부하는등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동참할 의사가 전혀 없는만큼 이들의 석방이 오히려 민주화에 장애가 된다고 보고 있다.
심지어 『이들이 민주당도 개량주의자집단으로 몰아 타도하려는 사실을 민주당이 모르고있는 것이 안티깝다』고까지 하고 있다.
용공조작여부에 대한 양당의 주장 역시 대립되어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건대농성사건을 정부가 「공산혁명분자 건대점거 농성사건」으로 명칭을 붙였듯이 사소한 시국사건도 이름만 어마어마하게 「ML당사건」「통혁당사건」「남민전사건」등으로 붙여 고문으로 사건을 조작해 국민을 오도했다는 것이다.
물론 민주당도 이런 사건중에 진짜 공산주의자가 끼어 있을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인사가 면회하거나 재판기록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여야공동심사기구를 구성해 스스로 공산주의자라고 말하는 사람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석방해야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민정당은 『남민전사건 관련자들이 과거 인혁당사건의 사형수 내의로 북괴기와 비슷한 깃발을 만들고 김일성에게 보내는 보고문을 만들었는가 하면 통혁당사건의 경우 북괴와통신한 난수표까지 있다』며 고문조작을 부인하고 있다. 다른 사건들도 다 명백한 증거가 있고 본인들이 전혀 전향의사를 밝히지 않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간첩사건등은 체제와 관련돼 있고 재판까지 끝난 사건인 만큼 정치적 심사대상으로다시 올려놓을 수 없다고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시국사범 처리에도 의견이 대립되어 있다.
민주당은 미문화원 농성사건 5·3인천사태·삼민투사건등으로 구속된 사람들은 민주화운동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다 정치 보복적 성격으로 중형을 받았으니 마땅히 석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과격행위를 할 수밖에 없도록 동기를 부여한 쪽은 오히려 정부·여당인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맞서 민정당은 이들이 폭력으로 민중정부를 수립하려고 했던 점으로 보아 단순히 진보·혁신주의자라기보다 공산주의자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방화·인명살상등의 범죄가 엄연히 있었는데 어떻게 석방할 수 있느냐고 말한다.
이렇게 볼 때 앞으로 구속자문제는 여야협상을 통해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최근 정부의 강력한 좌경·용공 척결방침과 노사분규 격화에 따라 시비의 대상이 될구속자가 늘어날 전망이어서 정치적으로 더 큰 쟁점이 될 가능성이 많다.
민정당은 6·29선언이후의 구속자는 6·29선언에 따른 석방과는 다른 차원에서 다뤄야한다고 주장한다.
6·29선언 이전의 구속자에 대해서는 민주화투쟁이란 차원에서 검토, 대량 석방했지만 6·29선언이후의 구속자를 민주화 투쟁차원으로 볼 수 없다는 논리다.
이에대해 민주당측은 최근의 대량구속에 대해 정부의 「의도」가 뭐냐고 의아해 하며 민주화 역행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양당의 이런 입장을 볼 때 문제해결은 우선 진상파악에서부터 시작돼야겠다는 인상을 받게된다. 민주당측은 구속자들이 관련된 각종 사건에 대해 스스로 진상파악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재야단체나 KNCC·구속자가족등의 자료나 주장에 의존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러므로 민주당의 주장이 반드시 진상에 입각한 객관적인 것이라고 1백% 장담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따라서 양당은 공연히 「간첩이다」「아니다」라든지, 「양심수다」 「폭력사범이다」 라는 식으로 다투지만 말고 공동으로 사건별로 진상을 파악하는 노력부터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정말 간첩이나 공산주의자라면 그에 대해선 민주당도 석방요구를 포기해야 할 것이고, 반대로 반유신·반독재투쟁으로 인한 말그대로의 양심수로 확인될 경우 민정당도추가석방의 용의를 보여야 옳을 것이다.
수사과정·재판과정이나 재판결과가 시비대상이기 때문에 일반국민으로서는 어느 쪽 말이옳은지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간첩사건·좌경폭력사건등 민감한 사건들인 만큼 정부나 양당은 깊이 헤아려 이문제에 임해야할 것이다. <문창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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