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엑스포서 국내 첫 성문화전 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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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외설이라는 이름으로 터부시돼 온 '성(性)'을 하나의 문명이자 예술로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오는 13일부터 10월 23일까지 경주 엑스포공원 내 '처용의 집'에서 2003년 경주 세계문화엑스포의 특별전시 프로그램인 '세계성문화전'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최하는 컬렉션 전문업체 솔로몬의 김민석(48) 대표. 이번 전시회에 출품되는 그림.사진 등 1천여점은 金대표가 지난 25년간 60개국을 다니며 모은 것들이다.

"미술품 중개업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각국의 성 문화.민속품.민속인형 등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1년에 8~9개월은 해외에 나가 있었기 때문이죠."

유럽관.아프리카관.아메리카관.아시아관 등 지역별로 나눠진 전시관에선 로마.르네상스.인더스.잉카 등 시대와 문명에 따른 다양한 성 문화를 볼 수 있다. '성인 전용구역'으로 지정된 일부 공간에서는 1680년대부터 현대까지의 포르노 그림, 19세기 유럽 누드집 영상, 에로 장면을 묘사한 다기(茶器) 등을 비롯해 다소 낯 뜨거운 작품들도 선보인다.

"이들 작품은 '성'이라는 것이 예부터 풍요.다산.장수.생명력 등 인류의 생활에 직결된 자연스러운 행위였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성 문화라는 범주에 섹스나 매매춘 등 외설적인 것들은 일부에 불과해요. 하지만 이를 꼭꼭 숨기고 금기로 여기다 보니 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나는 거죠."

그동안 작품을 수집하면서 겪은 웃지 못할 해프닝이나 애환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남아프리카와 미국 할리우드에서는 작품을 구입하다 권총 강도를 만나 목숨이 위태로웠던 적도 있었고, 주변 사람들에게서 '이상한 남자'라는 오해도 많이 샀다.

김포공항에서는 특히 여자 세관원들이 가방을 검사하다 성기 모양의 작품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고 질겁하곤 했다. 金대표는 2005년께 제주도에 '성문화 박물관'을 열 계획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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